[안상윤]모델링 리더십 부재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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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윤]모델링 리더십 부재의 사회

[중도 프리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13-03-10 13:42
  • 신문게재 2013-03-11 21면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정권이 바뀌고 여성 대통령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렇지만 서민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뉴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범죄자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면되는가 하면, 교육현장을 지도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다수의 장학사들이 직위를 돈으로 사는 일이 벌어져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새 정부 고위직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검증에서 드러난 부정과 부도덕성은 새 희망에 대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는 국민이 믿고 존경할만한 모델이 되는 리더들이 보이질 않는다. 권력을 쥐었으되 절제와 투명성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는 리더가 희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회가 천박한 자본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돈과 결탁하면 청교도 정신에 입각한 윤리적 자본주의 가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자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으는 것이 선이라는 천민자본주의로 대체된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는 정직하고 투명한 리더십보다 권모술수와 모략이 득세를 하게 된다.

리더십은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사회나 조직을 관리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국가 지도계층은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민이 그 영향력을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나라가 잘 굴러가기도 하고 삐걱거리기도 한다. 권력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그 영향력의 배경 권력을 계산하여 대응한다는 사실이다.

리더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배경권력으로는 강제적 권력, 합법적 권력, 보상적 권력, 전문적 권력, 모델링 권력 등이 있다. 어떤 리더가 이것들을 골고루 잘 갖추고 있으면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그는 존경 이상의 추앙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리더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 제약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들은 그들의 개인적 특성이나 주어진 지위에 따라 차원이 다른 권력을 갖고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이때 구성원들에게 가장 감동을 주고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바로 모델링 권력이다. 이것은 엄격한 자기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추고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구성된다. 다음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문적 권력이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그 영향력은 수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전문적 권력이 큰 리더라도 모델링 권력을 겸해야 더 깊은 영향력 수용을 기대할 수 있다. 리더십 배경이 되는 권력들의 합을 100이라고 할 때 모델링 권력의 영향력은 40, 전문적 권력은 30정도나 된다.

이것은 빵으로 유인하려는 보상적 권력, 주어진 직위에 기반하고 있는 합법적 권력, 그리고 강제를 써서 굴복시키려는 강제적 권력 등에 기반한 리더십이 구성원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심리적 저항만 불러올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전문적, 모델링 권력은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저급한 권력만을 가지고 군림하려는 천박한 리더들이 판을 치고 있어 사회가 어지럽다.

리더들은 늘 그들이 발휘하는 영향력이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향을 받는 대상이 그것을 진심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리더십에 대한 수용력이 커야 변화와 발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마음속 깊이 영향을 받을만한 모델링 및 전문적 권력을 갖춘 리더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권력가들의 정도를 벗어난 행적들에 대하여 오히려 서민들의 억장만 무너지고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새 대통령의 정부는 부디 모델링 리더십을 갖춘 인사들을 두루 등용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의 품위를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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