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
맞는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류 소설가인 고 박완서 작가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도 “죽으면 찾아올 문인 중에 가난한 이들이 많으니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술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다시 실감하게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예술인 가운데 66.5%가 한 달에 100만원의 수입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딱한 현실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실없는 우리 문화예술의 현주소와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품을 써도 원고료나 인세를 받지 못하고 그림을 그려도 팔리지 않으며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도 개런티가 없는 공허한 문화예술 활동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한 점의 작품이라도 발표하고자 불철주야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예술가들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매년 예술단체의 작품발표사업에 자부담금 10% 이상을 부담해야만 지원을 받는다면 이런 제도는 분명 창작활동에 있어 부담스러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시간이 걸리는 작업기간을 거쳐 무노임 무지원으로 제작해 만든 각자의 예술작품을 오히려 자부담으로 인정하여 주어야 맞건만 그런 노력은 접어두고 고스란히 작가의 주머니 속에서 그것도 현금으로 자부담을 입금시켜야만 지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나 이익단체가 아닌 순수 민간예술단체들에게 자부담 선입금을 요구한다는 것은 결국 돈이 있어야 보조를 하고 돈이 없으면 보조를 안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문화체육관광부 훈령 제 140호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 총사업비의 최소 10% 자부담 의무 및 이에 대한 집행 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이런 규정이 개선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보조금 신청 단체들이야말로 돈이 없기 때문에 공익성을 인정받아 시나 재단에서 예산을 받는다는 것이다. 돈이 있다면 왜 까다롭게 내가 쓴 돈까지 정산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조금 신청을 한단 말인가. 또한 걱정되는 것은 이런 제도가 가난한 단체들에게 오히려 부정이나 편법을 강요 또는 조장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정책적인 대안으로 2009년부터 계속 국회에 표류중인 '메세나법' 통과에 힘을 실어줘도 좋을듯하다.
사실 자선단체나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가 20%에 달하는 것에 비교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후원은 고작 2%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예술·문화 산업의 재정난을 타개해 나가는 방법으로 좋을 듯하다.
그 내용은 기업이 특정 예술활동을 후원할 시에 기업의 매출액 중 0.5% 한도 내에서 60%의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인데 이로 인해 3년 만에 프랑스의 문화, 예술에 대한 기업 기부가 무려 6배나 증가했다고 하니 발효될 경우 그 영향력은 대단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