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승부조작과 지나친 발목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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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현]승부조작과 지나친 발목 잡기

[논단]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3-03-07 14:57
  • 신문게재 2013-03-08 20면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전 세계가 스포츠 승부조작 파문으로 연일 시끄럽다. 유럽연합경찰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사에서 아시아에 본부를 둔 조직범죄 연합체를 발견했다. 이에 425개의 공식 경기와 수많은 클럽 관계자, 선수가 범죄 가담에 관련해 의심받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소문이다. 지금까지 30개국 700경기를 조사하기로 판결됐으며, 1만 3000개의 이메일이 검토됐다. 또 425개의 경기가 승부조작 조사 대상으로 확정됐다. 조사에 50명이 체포된 가운데, 다수의 범죄 수사가 착수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조용하지가 않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농구까지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충격적이다. 더욱이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다. 언론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승부조작이 스포츠 곳곳에 비일비재함을 확인하게 해 준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심판 매수와 선수 뒷돈거래, 부정선수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스포츠 최고의 잔치인 올림픽은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상호 교류하게 해 주는 지구촌 축제로서의 의미도 있으나 매 경기 온 힘을 기울이고 공명정대하게 경쟁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이나 페어플레이 정신을 되새겨준다.

스포츠의 사회적 순기능은 스포츠의 상호 작용을 통해 규범과 문화를 습득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근래 우리 주변에서 이뤄진 스포츠의 모습은 스포츠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한 채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 적지 않다.

스포츠 일탈은 스포츠 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으로 일반 사회의 보편적 가치나 규범적 기대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을 포함한다.

스포츠 일탈을 판단하는 기준은 차이가 있겠으나 부정선수 출전과 선수 스카우트(선수 이적), 관중난동, 선수폭력, 심판매수 등이 있다.

이 일탈행위들은 물질적 보상이나 승리를 통한 지나친 명예욕에서 비롯되는데 스포츠 사회에서 윤리적, 도덕적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요즘 너무 많은 일탈이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각종 불법 사례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탈행위들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인터넷 포털에 '불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다.

불법입양부터 불법체류자, 불법사찰, 불법사채, 불법찬조금, 불법고용, 불법수술, 불법투기, 불법고용, 프로포폴 불법투여, 불법현수막, 불법유통, 불법 주정차, 불법 다단계, 불법다운로드, 불법복제, 불법과외, 불법위장전입 등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전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검색어를 부당, 불법, 담합 등으로 확대하면 세상이 정말 싫어질 정도다.

'정말 한번이라도 죄짓지 않고 20~30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찾을 수 있나'를 진심으로 고민하게 된다.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 직에 추천되는 분들에 대해 임명자가 충분히 자질과 능력을 검증했을 텐데, 막상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일들이 번번이 되풀이되고 있어 안타깝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다 가릴 수는 없겠지만, 전쟁을 몇 차례 겪은 것처럼 혼돈(混沌)의 세월을 보낸 대한민국.

세파(世波)에 흔들리지 않고 공직에서 20~30년 청렴하게 살아온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이렇게 힘든 나라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매우 슬픈 현실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비난하는 분들의 논리를 반박할 수는 없지만,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이제는 서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물며 범죄에도 공소시효가 존재하고 있다.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여 발전을 저해한다면 그 손해 역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사회를 힘들게 하는 양상군자(梁上君子)에게는 혹독한 매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되지만, 너무 오랜 과거사와 지나친 윤리관을 통해 아무 일도 못하게 발목을 잡는 행태는 이제는 지양(止揚)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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