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남]다윗왕·장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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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남]다윗왕·장관·교육감

[중도시감] 권은남 경제부 기업과학부장

  • 승인 2013-03-07 14:57
  • 신문게재 2013-03-08 21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 권은남 경제부 기업과학부장
▲ 권은남 경제부 기업과학부장
고대 이스라엘 다윗왕을 이야기할 때면 골리앗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3m 가까이 되는 거구인 골리앗을 15세 소년이었던 다윗이 단번에 제압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야기는 읽는이에게 짜릿함마저 선사한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긴 다윗의 무용담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란 비유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골리앗 이외에도 다윗 이야기에는 밧세바라는 여인도 빼놓지 않고 회자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만큼이나 성서에서 가장 유명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바로 다윗과 밧세바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암몬 연합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의 일이다. 궁전을 산책하던 다윗 왕은 아름다운 여인이 눈부신 알몸을 드러낸 채 목욕을 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다윗은 시종을 다그쳐 목욕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이 밧세바이고 자신의 부하이며 전장에 나가 있는 우리야의 아내라는 것을 알아낸다.

유부녀인 밧세바를 첫눈에 보고 반한 다윗은 결국 밧세바를 궁전으로 불러들여 불륜을 맺었고 임신까지 하게 된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는 십계명의 선(線)을 가볍게 넘어버린 것이다.

이스라엘의 왕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다윗이지만 권력을 이용해 타락해가는 것은 아마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의 상례인 듯하다. 간통으로 밧세바가 임신하자 궁지에 몰린 다윗은 자신이 저지른 간통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치밀한 계략을 세운다. 전장에 나가 있는 우리야를 불러들여 밧세바와 잠자리를 유도하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자 급기야 우리야를 죽이기 위한 무시무시한 계략을 세운다. 다윗은 우리야의 상관인 요압 장군에게 우리야를 최전방으로 보내 적에게 죽게 내버려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우리야는 전쟁터에서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결국 전사하고 만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는 십계명의 선을 넘어버린 다윗은 이제 '살인하지 마라'는 선마저 넘어버렸다. 우리야를 제거한 후, 다윗은 밧세바와 결혼식을 올리고 불륜의 씨앗인 아이를 낳지만, 곧바로 죽게 된다.

다윗과 밧세바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알게 된 백성은 분노했고, 결국 다윗은 신께 용서를 빈 후에 솔로몬을 낳았다.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는 전쟁과 영웅호걸의 등장, 미인, 음모 등 드라마틱한 소재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영화는 물론 램브란트, 루벤스 등 많은 중세화가가 다윗과 밧세바를 소재한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양치기 막내에서 골리앗을 쓰러트려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르며, 왕좌에 올라 절대 권력을 가진 다윗이지만 생의 정점에서 권력을 이용한 부도덕한 일에 빠지고 만다.

이를 20여 년 전 딘 러드윅과 클린턴 롱거네커는 '밧세바 신드롬'이라고 지칭했다. 밧세바신드롬은 국민에게 사랑받던 유능하고 현명한 다윗 왕이 유부녀인 밧세바에 빠져 계속 잘못된 결정을 내리며 파멸해가는 과정이 모든 것을 다 이룬 현대의 성공한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도덕적 실패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장학사비리로 인한 교육감의 구속, 부와 명예를 가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의 돌연 사퇴는 밧세바 신드롬이라 할수 있다.

고위공직자의 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권력을 이용한 비리와 부도덕을 저지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고위 공직자들은 항상 병역면제와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집중포화를 받고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중도낙마하고 만다.

깨끗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오죽하면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병역면제'를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한 4대 요건이라고 비꼬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이도 점차 지능화(?) 돼 논문표절과, 전관예우가 추가되는 형국이다.

청문회가 신상털기로 변질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 국민이 지키는 선을 넘어버린 공직자가 과연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뿐이다.

고위공직자들에게 청렴결백을 요구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선을 지켜야 한다. 고위 공직자들이 선 밖에서 특권의식을 갖고 선 안에 있는 국민을 바라본다면 아무리 엘리트 공직자라해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신뢰가 깨진 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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