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스마트그리드, 명품 잡종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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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스마트그리드, 명품 잡종 돼야

[사이언스 칼럼] 이일우 ETRI 에너지IT기술연구실장

  • 승인 2013-03-06 14:52
  • 신문게재 2013-03-07 21면
  • 이일우 ETRI 에너지IT기술연구실장이일우 ETRI 에너지IT기술연구실장
▲ 이일우 ETRI 에너지IT기술연구실장
▲ 이일우 ETRI 에너지IT기술연구실장
사자와 호랑이의 혼혈인 라이거, 얼룩말과 말의 혼혈인 지브로이드, 고양이와 살쾡이의 혼혈인 사바나 캣 등 우리 주변에서 '잡종'의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잡종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체가 합쳐져서 하나의 새로운 개체로 재탄생하는 결과물이며, 혁신과 창의성 발현의 산물이다. 잡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물·화학·물리적 결합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에너지와 ICT의 융합 분야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스마트그리드기술 연구에 참여를 하면서, '잡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융합은 '녹아서 하나로 합쳐진다'는 사전적 의미이지만, 두 기술이 만나서 셋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와 ICT가 융합해 에너지 자원 고갈, 기후변화 대처 등과 같은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에너지와 ICT, 이종(異種) 산업·기술 간의 융합을 통해 생겨나는 대표적인 잡종이 스마트그리드인 셈이다.

스마트그리드가 미래의 대들보 기술로 떠오르면서 정부 및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우리나라도 2008년 12월부터 제주실증단지를 통해 전력IT 기술 개발 결과물의 적용과 서비스 발굴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서, 2014년부터 시작되는 광역권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 추진 계획이 추진 중인 이 시점에서 '스마트그리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화두가 필요하다. 콘텐츠·서비스 분야, 플랫폼·SW 분야, 장치 분야, 네트워크 분야(C-P-D-N)로 접근하면 스마트그리드의 이슈는 다음과 같다.

먼저 콘텐츠·서비스 분야에서는 에너지 사용량 등의 에너지 정보의 공유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자의 부하관리, 수요에 대한 응동(Demand Response), 그리고 기 구축된 스마트홈, 스마트빌딩과의 연계를 통한 융합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서비스들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플랫폼·SW 분야에서의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 환경이다.

주요 관계 업체뿐 아니라, 에너지 분야 서비스 개발과 제공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개방형 SW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 생성에 대한 시도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표준 기반의 상호운용성 확보 또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연결되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 교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듯이 우리 주변에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쓰고 교환하는 에너지 정보 체계를 서둘러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네트워크 분야는 전력IT 시스템의 다양화·복잡화에 대한 대응, 정보 연계를 위한 에너지 정보·통신 체계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전력설비의 디지털화·지능화·고도화와 더불어 대용량 에너지 정보 처리, 에너지 지식서비스화를 통한 신에너지서비스 창출, 서비스 품질별 통신 인프라 구축, 소비자 참여 활성화, 다스 시스템·기술 간 상호연동성 보장 등과 같은 스마트그리드의 기본, 초심을 잃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정부 정책, 전력사업자의 전력망 고도화, 관련 업체의 기반 기술 확보 등에 대한 땀방울들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방형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플랫폼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 의한 스마트그리드 잡종들이 생산되고, 이들이 역량 있는 대·중소·중견기업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튼튼한 심장과 팔다리를 가지게 되어, 비싸게 팔려나갈 '명품 잡종(名品 雜種)'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명품 잡종을 위해 많은 아류 잡종이 생겨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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