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 법동초 교장 |
단 하루였지만, 교장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결재하면서 경험만큼 소중한 재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사로 20년, 장학사와 교육연구사로 4년 6개월, 교감으로 6년을 보내며 쌓았던 경험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교감으로 근무하며 4명의 임광빈(현재 서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장), 이금숙(현재 대전선화초), 박은주(퇴직), 이항기(현재 대전성룡초) 교장 선생님을 보필했던 것은 큰 행복이었다. 학교경영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학교장의 소신이나 비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평소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야기하는 습관 때문에, 하고 싶었던 말을 빠트리거나 말이 막혀 중언부언(重言復言)한 경우가 많았다. 학교장이 되어서도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임 전날인 3월 3일에 미리 행사 때 할 말을 준비하였다. 3년간 정들었던 대전성룡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작별 인사로는 로마가 하루 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듯이, 대전성룡초등학교의 명성이 거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린이, 부모님처럼 정성껏 사랑으로 보살펴 주신 선생님, 교육 분위기를 조성해 주신 교장 선생님의 삼위일체 덕분에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되었다고 했다.
대전법동초등학교 30학급 613명의 학생들에게는 이런저런 일로 자주 말할 기회가 있을 테니 시업식 인사말을 짧게 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법동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교장 선생님이 여러분들을 부르면 힘차게 대답해 보세요.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힘찬 목소리가 맘에 듭니다. 이런 기상으로 2013년을 멋지게 보냅시다.”
문제는 입학식이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첫인상은 무척 중요하다. 학부모들도 학교장이 어떤 말을 할까 기대할 것이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훈화를 하기는 싫었다. 이제 막 유치원을 벗어난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필요했다. 처음 학교에 온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숫자를 세어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 어린이~! 1부터 10까지 큰소리로 한번 세어볼까요? 하나, 둘, 셋…열. 참 잘 세었어요. 목소리도 우렁차고 씩씩하네요. 오늘 입학한 78명의 우리 귀염둥이들은 앞으로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입니다. 언니와 오빠, 누나와 형의 도움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즐겁게 뛰놀고 맘껏 웃으며 학교에 다니길 바랄게요.”
학부모들은 애지중지 키우신 자녀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잘 보살펴 주실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필자도 오늘 대전법동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 학부모님들께서 학교장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웃음이 터졌다. 직원회의 시간에 교사들에게는 한 마디만 했다. 잘 모시겠다고 했다.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누웠다. 법동교육가족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단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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