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봄기운과 함께 각 가정에서 하는 난방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온 종일 가동시켜야만 따스함을 느꼈던 여러 가지 난방장치들도 이제는 일정시간만 가동시켜도 되고 아예 작동을 정지시키기도 한다. 주거형태가 어떻든지간에 관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꾀를 내보기도 하지만 생각처럼 난방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기나 기름, 가스 등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원을 아껴쓰기 위하여 노력하듯이 이들이 널리 쓰이기 전에는 주로 볏짚이나 장작, 왕겨 등의 땔감으로 난방을 하였다. 한 겨울에는 이런 땔감들을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한겨울 동안 쓸만큼의 땔감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다.
준비한 땔감도 겨울을 나는 동안 봄을 맞을때까지 잘 나누어서 동나지 않도록 아껴 써야만 했다. 주로 부엌과 아궁이가 설치된 본채에서 불을 때어 밥을 지으면서 방고래를 통해 구들장을 덥혀 난방을 같이 하였다. 땔감으로부터 얻는 열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여서 땔감을 아껴쓰고자 했다. 그런 다음에는 구들장이 식거나 아궁이만 설치된 사랑채 등에서는 난방을 위하여 군불때기를 하였다. 군불은 난방만을 위하여 때는 불이었다. 외양간이 딸린 아래채나 사랑채에서는 쇠죽(볏짚과 콩깍지, 콩따위를 섞어서 끓인 소먹이)을 끓이면서 군불을 때기도 하였다. 군불을 땔때는 불기운이 세고 오래가는 땔감을 쓰곤 하였다. 짚불보다는 장작이나 왕겨를 지피곤 하였다.
특히 왕겨는 방아를 찧으면서 벼낱알의 겉껍질을 벗겨낸 것으로 불을 지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바람을 불어 넣는 풍구와 풍굿대를 써서 불을 지펴야 했다. 왕겨로 불을 지필때에는 조심해야 하곤 하였다. 불이 잘 지펴지다가도 불꽃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아궁이 앞쪽으로 튀어나와 아궁이 앞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사람은 머리칼과 눈썹을 그을리곤 하였기 때문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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