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공동주택 7층에 거주하는 임모씨. 그에게는 4살, 5살 개구쟁이 두 아들이 있다. 사내아이들 답게 대부분이 뛰어다니며 놀이를 하는 것이 일쑤다. 아이들이 뛸때면 어김없이 아래층에서 인터폰이 울려온다. '시끄러워 살 수 없다',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며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임씨는 아이들에게 주위도 줘보고, 바닥에 두꺼운 매트를 깔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도 임씨도 아래층 이웃에게도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임씨는 고민끝에 아이들과 함께 아래층을 찾았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인터폰 너머의 목소리는 서로 익숙한 상태였다. 임씨는 아래층 이웃에게 떡을 건네며 사과를 했다. 개구쟁이 아이들을 선보이며 '요만한 아이들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아래층 이웃과 인사를 나눈 이후 신기하게도 인터폰 울리는 횟수가 줄었다. 평소 참을만한 소음에도 항의를 보냈던 이웃이었지만, 인사를 나눈 후 달라졌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찾아볼 수 없었던 사회문제가 '층간소음'이다. 위층에 누가 살고 있는지 상황을 모르니 조그만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서기 일쑤다.
얼마전 우리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날 아랫집과의 층간소음 분쟁으로 2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살인에 이어 방화사건까지 발생하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층간소음을 없애기 위해 건축기준을 강화하고 기존보다 바닥을 3㎝ 두껍게 하자는 것이다.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층간 소음을 없애기에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대전시가 지난해 9월 '이웃사이 센터'를 개설한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180여건의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대전의 경우 70% 이상의 시민이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 마늘 찧는 소리, 문닫는 소리까지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소음이지만, 이들 소음이 가장 큰 민원의 이유다.
하지만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배려'다. '활발한 아이들이 있나보다', '아랫집의 천장은 우리집 바닥이니 조심해야겠다'는 배려의 마음은 사회적 자본이 성숙한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웃간 소통과 배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중심 키워드를 키우면,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크라이터는 소음으로 인한 짜증과 분노는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믿을수록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즉 내가 배려받고 있다고 느낄때 분노와 짜증은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배려와 신뢰의 힘이다. 이웃과 소통하고 조금만 배려해 보자.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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