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리더의 힘과 권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류명렬]리더의 힘과 권위

[세설]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02-28 14:00
  • 신문게재 2013-03-01 21면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한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간디에게 왔다. 어머니는 간디에게 “아들이 사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가 다 썩었고, 아무리 먹지 말라고 타일러도 듣지 않는다”며 “선생님의 말씀은 들을 테니, 제 아이가 사탕을 먹지 않도록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간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한 달 후 아들과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한 달 후,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은 아들에게 간디는 “얘야. 사탕을 먹지 마라”고 말했고, 옆에서 지켜본 어머니는 간디의 평범한 말에 어이없어 물었다. “선생님, 그렇게 평범한 말씀 한마디 하시려고 한 달 후에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까?”

간디는 “저 자신도 사탕을 무척 좋아해서, 한 달 전에는 아이에게 '사탕을 먹지 말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그 말은 저도 실천하지 못하는 말이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제가 실천한 후에 말하려고 한 달을 미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천하지 않는 말은 힘이 없고, 감화력도 없다. 화려하게 포장된 말은 한순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있어도, 세월이라는 시금석을 통과할 수가 없다.

며칠 전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검소함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명품 신드롬'에 사로잡혀 불건전한 소비가 일어나는 요즘, 그가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만든 가방과 구두를 10여 년 넘게 사용하고, 의복에서도 검소하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권력의 중심에 있었으며, 자기 자신을 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환경에 있었지만, 그의 소비는 서민보다 더 검소하다.

흔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리더의 검소함과 모범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먹고 살만해진 시기는 불과 몇십년 전이다. '보릿고개'란 말이 사라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가 갖춘 실력에 비해 우리는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엄청난 '축복'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의 삶은 사치와 허영 그리고 과시라는 허상에 물들어 있다. 과시하기 위해서 형편에 맞지 않는 무리한 소비를 하고, 해외 명품의 소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있을 때 아껴야 한다'는 말은 가정 경제에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호(好)시절이 있으면, 견디어야 할 고난의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사치와 허영 그리고 과시의 폐단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논문 표절과 허위 학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사치와 허영 그리고 과시의 폐단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잘 고쳐지지 않는다. '있을 때'에 고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모범을 보이는 리더들이 필요하다.

중국인의 '정신적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검소했다고 전해진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검약을 습관화했고, 이는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그 모습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식사할 때 상아로 만든 젓가락이 아니라 대나무 젓가락을 사용했고, 자신의 허락 없이 새 옷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마오쩌둥은 1953년부터 1962년까지 새 옷을 단 한 벌도 만들어 입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는 항상 세숫비누가 아닌 물로만 세수했으며, 먹물이나 기름으로 손이 더러워졌다면 빨랫비누로 손을 씻었다고 한다. 양말이나 내복은 여러 차례 덧대고 기워 입었다고 한다. 이런 모범이 있었기에 중국인들은 그를 존경하고 기꺼이 정신적인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새로운 정부의 리더들이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주기를 소원한다. 리더의 진정한 힘과 권위는 몸소 실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