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이 21개 전략 중 하나로 제시됐고 '국가 과학기술 혁신역량 강화', '우주 기술 자립으로 우주 강국 실현',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국가 신성장 거점 육성' 등이 국정 과제도 제시됐다. 이외에도 140개 국정 과제 중에 많은 과제들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내용이다.
과학기술을 국정운영 중심에 두고 새 정부의 비전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를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보여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이공계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중요하다. MB 정부가 연구비 투자 확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비롯한 하드웨어 공급으로 성과를 보였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새로운 창의적 과학 기술 패러다임 정착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투자 효율성을 중시한 지금까지의 연구 관리 프로세스들은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시행됐다. 상대평가를 하려다보니 논문 수, 경제 가치 등의 계량지표가 사용되어 왔으며, 상호 협력 등 상승 작용으로 성과 창출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하기 보다는 연구자 간 경쟁을 통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국정과제 추진계획처럼 기존의 '기술 지식 확보 목적의 기존 분절형 연구개발'을 '생태계 창조형 연구개발'로 바꾸려면, 창의적 연구와 융합 협력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단순히 기존 지표를 새 지표로 교체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개선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평가를 통한 관리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형식의 연구 관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합당한 사업 프로그램 기획이나 집행 방식에 따라 조직 체계까지도 같이 정비 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다. 특히 창의적 연구에는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와 이공계 기피 등으로 핵심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표적 가용 인재인 여성과학기술인력의 활용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산업의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 생명공학 기반 융합산업 혹은 지식서비스 산업분야는 여성들이 수월성을 보이기 좋은 분야이기도 하다. 이미 자연계 학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의 비율이 50%를 넘고 있으나, 이에 비해 이공계 여성 인력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형편없이 낮다. 여성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롤 모델이 나오면서 여성 스스로 본인의 실력과 역할 수준의 기준을 높여가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더 좋은 여성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다. 140대 국정 과제에 '여성경제 활동 확대'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이공계 여성 인력 할당제 확대 및 강화, 보육지원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경쟁력 확보에 있어 인력 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이다. 과학기술인들은 국가 발전에 핵심이 되는 집단이라는 자존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환경 변화에 바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 강제로 단시간에 변화하게 하기보다는 안정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하는 과학기술정책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또 과학기술중심 국정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전문가들이 주요 의사 결정과 수행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고, 정부와 과학기술계간의 소통이 강화되어 서로 신뢰를 갖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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