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갑생 변호사 |
13년만에 변호사로 귀환한 정갑생(50ㆍ사진) 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의 약속이다. 법무법인 '내일'에 합류한 그를 직접 만나, 어떤 변호사가 되겠느냐고 물었다. 거창한 표현도 많지만, 정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의뢰인과 큰소리로 다투지 않겠다. 많이 듣고, 차근차근 많이 설명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13년 동안 양측의 팽팽한 입장을 듣고 '판단'했던 법관 시절과 달리, 이제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의뢰인의 고민을 최대한 호소하는 '대변인'이 되겠다는 것이다. '법정'이라는 같은 무대에서 '역할'만 달라진 셈이다.
사실 정 변호사는 원래 '변호사'였다. 1989년 변호사로 첫발을 디딘 후 11년 가까이 서울에서 변호사를 지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법원행을 결심한 건 법관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정 변호사는 법원의 일원이 되고 싶었고, 당시 같은 변호사였던 남편과 함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그는 법관의 길을 선택했고, 남편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정 변호사는 법조계 권위를 중요시했다.
그는 “법관은 공정해야 한다. 법원이 한쪽의 편을 든다는 느낌을 주면 법원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법원의 권위가 지켜져야 변호사를 비롯한 전체 법조계의 권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배 법관들에게 예의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검사와 변호사를 낮춰 보는 법관도 있지만, 이들도 법조의 한 축이다. 예의를 다해야 법조계 전체의 권위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법관 재직 시절, LG전자 모니터 감광재 제조기술 침해사건, 기성 기독교단 소속 목사와 신흥 교회 소속 목사 간 이단논쟁과 명예훼손 사건, 오제직 충남교육감 선거부정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도 이런 원칙을 지켜왔다.
변호사로 귀환한 정 변호사에게는 지역 법조계 사상 최초의 부장판사 출신 여성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여기에다, 지역 여성변호사 중 가장 '맏언니'도 됐다.
정 변호사는 “앞으로 법조계에 여성 파워가 강해질 것”이라며 “그럴수록 '여성 판사와 여성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와 변호사'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관 평가제에 대해 물었더니, 갓 법복을 벗은 변호사답게 양측의 입장에서 얘기했다.
그는 “자칫 보복성 평가가 될 수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호사도 공익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로, 공정해야 한다”며 “표본이 많아야 한다. 다시 말해 전체 변호사의 의견이 반영된 평가가 이뤄져야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시 변호사가 된 그가 선택한 곳은 법무법인 내일이다. 이관형, 황찬서, 권중영, 이규호, 양홍규, 이봉재, 민병권, 최성아 등 모두 9명의 변호사가 있는 충청권 대표 법무법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정 변호사는 “한국 나이로 50세가 되다 보니, 더 미루면 다시 변호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다시 찾아온 기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변호사의 개업소연은 다음달 13일 둔산동 법무법인 '내일'에서 열린다.
■정갑생 변호사 프로필
-출생: 1964년 경남 함양.
-학력: 진주여고, 한양대 법학과 졸업, 제2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8기)
-경력: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대전지법ㆍ청주지법, 대전고법 판사, 대전지법ㆍ천안지원 부장판사, 대전지법 가정지원장,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교육부 법률고문(전), 현대자동차, 한국중공업 외 다수 기업 법률고문(전), 아산시ㆍ대덕구 선거관리위원장(전), 충남도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전)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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