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피카소의 우울과 대표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지호]피카소의 우울과 대표작

[논단]이지호 고암미술재단 대표

  • 승인 2013-02-21 14:18
  • 신문게재 2013-02-22 20면
  • 이지호 고암미술재단 대표이지호 고암미술재단 대표
▲ 이지호 고암미술재단 대표
▲ 이지호 고암미술재단 대표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화가 중 한 사람이다.

모딜리아니와 같이 가난했던 동료 화가들과 달리 피카소는 안정된 생활 속에서 여유 있는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에서도 그는 불행이나 슬픔을 노래하기보다는 행복과 환희를 더 표현했다. 화가로서의 이른 성공 덕에 그의 예술은 대체로 확신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를 떠난 지 40여 년의 시간이 흘러간 지금도 여러 여인과 나누었던 그의 러브스토리는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져 만인에게 회자하고 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의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도 매스컴은 특종으로 다루고 있다.

세계 최대의 미술품 경매시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피카소의 작품이 기존 경매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이나 해외 선진미술관에서 가장 많은 입장객을 동원한 전시가 피카소 전이라는 소식 등이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 숨겨진 피카소는 누구인가. 젊은 시절 혹독하고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지금의 피카소가 있을 수 있었을까. 피카소 작품 중에는 극도의 불안과 피로, 우울로 가득한 모습이 담긴 자화상이 있다.

“나는 고독 없이는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다”라 말했던 피카소의 작품, '코트 입은 자화상'(1901년)은 가난과 절친의 죽음 앞에 선 피카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청색시대(1901~1903) 대표작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시기의 작품들에는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의 명성을 찾아 유학 온 이방인 피카소가 파리 화단에 정착하며 견뎌내야 했던 가난과 고독 그리고 외로움이 진하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자화상은 유화 작품으로 당시 어두운 환경에 놓여 있던 자신의 모습을 마치 고독하고 불쌍하며 버려진 존재처럼 표현했다. 친한 친구 카를로스의 자살 소식을 들은 피카소가 겪은 극도의 우울함과 슬픈 감정이 깊게 내재해 있다.

자화상을 보면 짙은 감색 코트에 깃을 목 위까지 올리고 정면을 강하게 응시하며 외롭게 서 있는 스무 살의 피카소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화면의 배경을 연한 푸른색으로 처리하여 분위기를 더욱더 무겁고 우울하게 만들어 극도의 고독감을 표현했다. 머리와 수염, 눈동자까지 코트와 같은 어두운 색을 사용하는 등 세심한 표현은 무시되고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도식적으로 처리해 화면의 통일성을 추구하였다. 이 탓에 움푹 팬 창백한 얼굴 위 짙은 눈동자는 스무 살의 피카소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에 맞지 않는 심각한 표정에서 슬픔을 극복하고 20세기 최고의 거장이 될 젊은 화가의 미래가 점쳐지는 이상한 마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피카소는 “나는 결코 어린아이처럼 데생한 적이 없다. 열두 살 때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렸다”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에 천재성을 보였다.

피카소는 1900년 19세의 나이에 파리를 처음 방문했으며, 일생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내는 등 프랑스와의 인연이 매우 깊었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당시, 그는 화려함의 이면에 가려진 파리의 빈곤과 비참함을 목격하고 주로 하급계층 생활의 참상과 고독감이 두드러지는 '청색'의 작품들을 그렸다. 1904년에는 몽마르트르에 아틀리에를 마련하며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연애를 했다. 이때의 그림 색상은 청색에서 장밋빛으로 점차 밝아지기 시작한다. 1909년에는 분석적 입체파, 1912년부터 1923년까지는 종합적 입체파 시대에 들어갔다. 이 무렵 그는 이미 20세기 회화의 최고 거장이 된다. 이렇듯 그는 평생 모든 주제를 다루었고 할 수 있는 모든 양식을 실험했던 전위 미술가이자 예술 혁명가였다.

하지만, 19세기 말 유럽을 휩쓴 낭만주의와 퇴폐주의 영향, 무명작가로 가난을 벗 삼고 실험과 광기가 충만했던 '청색시대' 속 피카소 예술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면 '코트 입은 자화상'은 파카소의 최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4.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5.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1.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2.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