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요즈음 학교는 졸업식을 마치고 새학기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나는 학교행사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 바로 '졸업식'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6년의 시간을 되짚어보며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깨닫고 새로운 세계로의 한 발을 힘차게 내디딜 수 있도록 마음속에 푸른 꿈을 안고 떠나가는 시간! 그런 졸업생들에게 부모와 교사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고, 힘찬 격려의 박수를 쳐 주어야 한다.
이맘때가 되면 그 동안 졸업시킨 제자들이 생각난다. 요즘은 6학년 담임교사를 서로 하지 않으려고 해서 6학년 담임교사에게 이것저것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변해가는 세태가 서글프기만 하다.
처음으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게 벌써 7년 전 일이다. 1년 내내 학생들과 지지고 볶고, 밀고 당기기를 하며 보냈다. 학년 짱 4명이 모두 우리 반이라서 동학년 선생님들께서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주었던 그 해. 그 해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나름 인성교육을 해보겠다고 1년 동안 이것저것 많이도 해보고 애를 썼는데 학년 말이 되니, 우리 반 학생들에게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이 그렇게 1년 동안 노력을 했는데도 우리 반 녀석들은 조금의 변화는커녕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우리 반 녀석들을 원망하며 텅 빈 교실에서 엉엉 소리 내며 많이 울었다.
그렇게 내 속을 썩였던 녀석들과의 졸업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주 진한 눈물바다였다. 속 시원하게 후련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리라 생각했는데…. 냉정하고 쌀쌀맞은 내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우리 반 녀석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절대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말이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6학년 담임을 하면서 졸업식 때마다 우리 반은 눈물바다였다.
지난 겨울방학, 연수를 받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점심시간에 또 울리는 것이다. 전화를 받자마다 “선생님”하며 웬 여자가 소리를 꽥 지르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A초에서 6학년때 가르치셨던 은경(가명)이에요. 잊으셨어요?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저 이제 대학 들어가요. 선생님은 어느 학교에 계세요? 뵙고 싶은데 오늘 만날 수 있어요?” 놀란 나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사포처럼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는 은경이, 그 해 내 속을 썩였던 녀석 중의 한 명이다.
얼마 후엔 그 해 우리 반 회장이었던 00이가 문자를 보내왔다. 2013년에 만나기로 한 약속! 잊지 않으셨냐고, 그 날 선생님을 꼭 뵙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기억하고 말고, 그 해 우리의 인연이 얼마나 깊고 특별했는데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은 참으로 많다. 혹시라도 잊을까봐 메모장에 적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메모장에 적어 두지 않아도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연'이다.
그 동안 나와 만났던 모든 사람들, 특히 나를 '선생님'이라며 따르던 학생들과의 인연은 꼭 기억해야 한다. 그들과 나누었던 진실된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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