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개념이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적 자본을 쉽게 이해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자본에는 물리적 자본인 사회간접자본과 심리적 자본인 사회자본이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사회간접자본은 도로, 철도, 항공, 항만 등 물리적 기반시설을 말하고 반면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 규범, 배려, 공동체의식 등을 통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물론 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것이지만 우리가 이미 정서적으로 알고 있는 공적 가치에 해당한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은 사회간접자본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항상 고배를 마시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신뢰부족을 꼽아 왔다.
몇년 전 한국개발연구원은 기초질서붕괴와 불신이 경제성장률의 1%포인트를 발목잡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무형의 가치인 질서와 신뢰가 경제성장률의 1%포인트를 좌우한다는 것은 엄청난 영향력이다. 사실 신뢰할 수 없는 관계에서는 거래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 간 거래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으면 생략될 수 있는 서류나 절차가 불신관계에서는 더 많은 입증서류와 절차가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배려하며 따뜻한 공동체의식을 갖는 성숙한 사회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대전은 이미 작년 8월에 염홍철 시장이 브리스번구상을 통해 민선5기 하반기 중점과제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선정했다. 그 뒤 워킹그룹을 구성해 사회적 자본의 개념과 실천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대전발전연구원 산하에 사회자본개발연구센터를 설립해 사회적 자본의 현황을 파악하고 추이를 모니터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 1월에는 사회적 담당 조직이 만들어 지고 사회적 자본조례 제정까지 끝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 확충을 선도하는 도시가 다름 아닌 대전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일찍이 대전은 세종시출범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신중심이 되겠다는 비전과 함께 그 중심은 물질 뿐 아니라 정신적 부분에서도 중심이 되겠다는 균형 있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비록 경제적 자본이 취약해도 사회적 자본이 뒷받침된다면 견딜 만 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도시는 사회적 자본으로 이해하고 문제의 해결책도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도시를 물리적 구조의 결과로만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세기의 도시는 고도로 발달된 공업기술과 추상파 예술을 도시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20세기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유리, 철근, 콘크리트를 대량으로 사용한 고층건물과 근대적인 디자인을 갖춘 자동차였다. 이것은 20세기의 기업자본주의와 정교하게 딱 맞아 떨어졌다.
21세기의 도시는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읽고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집행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전개할 때도 부모가 믿고 아이들을 공원에 보낼 수 있고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피며 배려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공동체의식을 살찌울 수 있는가를 고뇌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어린이공원정책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자본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시대정신'이다.
이제 전 국민이 대전을 주목하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인 사회적 자본을 도시정책에 어떻게 접목하려는 지를 말이다. 그래서 선구자는 외롭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구자는 미답의 세계를 개척해 가는 과정에서 희열과 보람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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