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 |
이런 부실시공이 발생하게 된 것과 관련해 건설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저가 낙찰제도에 의한 부작용이라 항변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 타당성을 부여해 토건족의 이익을 부풀려주려는 이상한 논의와 노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한 마음을 갖게 된다.
최저가 낙찰제도는 국민의 정부ㆍ참여정부시절에도 단계별 확대정책을 실시하려 했으나 업계와 정치권의 반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역시 2004년 선거에서 공사금액 100억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제도의 확대 여부에 따라 건설업계의 이익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 여러 가지 입찰제도중 예산절감 효과가 커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이를 시행하지 않고 최근 정치권에서 폐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봐야 하는 몇 가지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최저가 낙찰제도가 부실공사의 원인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청사건립공사와 관련한 입찰제도가 최저가 입찰이고 이 제도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의 결과가 부실시공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최저가 입찰이 아닌 턴키공사로 발주된 4대강 사업의 보 공사 부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건설업계와 정부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들의 주장처럼 턴키발주 공사는 설계 경쟁을 통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하고 그 업체에 사업을 발주함으로써 건실한 시공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턴키발주의 사업에서는 부실시공이 나타나지 말아야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턴키 발주에 의해 시공된 4대강 사업에서도 똑같은 부실시공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턴키제도를 통해 수조원의 국민이 낸 혈세가 더 낭비됐다는 것인데 이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언론을 통해 자주 홍보되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외국 공사 수주 또한 최저가 낙찰제도에 의한 수주였음에도 그 사업들이 최저가 낙찰이었기 때문에 부실시공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사업을 수주한 원청 건설사들이 대부분 자신이 직접 시공하기보다는 중소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어 시공토록 하는데 그때 중소건설업체들에 철저하게 가격경쟁을 시켜 최저가로 하도급계약을 해 공사토록 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결국,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에 상관없이 최종 시공은 중소건설업체에 의해 최저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볼 때 부실시공문제는 최저가낙찰제와 관련이 없음에도 정치권에서는 법률개정안을 통해 최저가낙찰제도로 인한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덤핑입찰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노무비 절감으로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부실시공과 저가하도급 문제 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의 경영 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예산의 적정한 집행을 감시해 국고를 낭비하지 않도록 견제ㆍ감시해야 하는 국회의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고 토건세력의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을 집행토록 하려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경영악화는 무분별한 신규주택사업에 의한 부분이 대부분이며 부실시공문제는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공단계에서 제대로 시공되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제대로 된 공공건설 사업을 위해 표준 품셈제도를 건설시장에 맞춰 시장단가제로 전환하고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일정금액 이상의 공사는 낙찰자가 직접 의무시행을 하도록 함으로 고용안정 및 품질향상을 꾀함은 물론 우수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와 정부는 현재의 최저가 낙찰제도를 확대 시행함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시민의 혈세인 예산 낭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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