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린]슈퍼맨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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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린]슈퍼맨 아빠

[중도마당]임하린 서대전여고 1학년

  • 승인 2013-02-11 13:29
  • 신문게재 2013-02-12 20면
  • 임하린 서대전여고 1학년임하린 서대전여고 1학년
▲ 임하린 서대전여고 1학년
▲ 임하린 서대전여고 1학년
2010년 5월 6일 새벽.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제 눈에 보였던 아빠의 모습을 전 잊을 수가 없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잘 자라고 인사해주시던 아빠가 의식불명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제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솔직히 아빠가 쓰러지셨을 때 전 그냥 '과로로 잠시 피곤하셔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었고 119가 왔을 때도 '학교 갔다 오면 집에서 쉬고 계시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들하고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지냈어요. 그런데 대학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아빠가 뇌출혈이라는 말을 들었죠. 그땐 정말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아빠가 계시는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주변이 눈이 부실 정도로 너무 하얘서 이 세상 같지가 않았어요. 그때부터였을까요? 갑자기 '아빠가 영영 눈을 안 뜨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 옆으로 TV속에서나 봤던 기계들이 줄지어 서있었죠. 눈물이 막 쏟아지려고 했는데 꾹 참았어요. 혹시 아빠가 제가 우는 소리를 듣고 슬퍼하실까봐 못 울었어요. 결국엔 중환자실에서 나와 펑펑 울었지만 그 때 아빠 앞에서는 절대 울지 말자라고 다짐했었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구요.

의대 교수로서 또 대학병원 의사로서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과 환자들을 위해 사셨던 아빠, 늦은 밤 이른 새벽에도 위급환자가 있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달려 나가셨던 아빠가 근무하고 계신 병원 침대에 환자로서 누워계신 모습을 보니까 맘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로도 아빠는 참 큰 고비를 많이 넘기셨던 것 같아요. 큰 수술도 잘 버티시고 재활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이렇게 제 곁에 계시잖아요. 그동안 전 너무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쓰러지기 전 제게 좋은 말을 해주시려 할 때도 그저 잔소리라고 취급해 버렸던 것, 친구들이 더 좋다고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친구와 놀았던 것. 모두 다 후회스러워요. 그리고 아빠랑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사소했던 그 추억들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담양에서 떡갈비 먹고 눈싸움 했던 일, 같이 드라이브하다가 길 잃어버려서 계속 돌아다녔던 일, 함께 SG워너비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렸던 일까지.

지금은 오른쪽 손이랑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조금만 더 좋아지면 우리 가족 멀리 여행가요! 전주 한옥마을 가서 한지 만드는 것 구경도 하고, 바닷가 가서 조개구이도 먹어요. 그리고 제가 커서 첫 월급 타면 엄마, 아빠 꼭 좋은데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재밌는 것도 보여드릴게요. 어릴 때부터 “돈 벌어서 효도할게요”라는 말 입에 달고 살았는데 빈말이 아니고 진심이니까 기대하고 계세요! 그러니까 제가 커서 돈 벌 때까지 더 아프시지 마세요.

불편한 모습의 아빠를 남들이 이상하게 볼지 몰라도 최선을 다 해서 걷는 아빠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아프고 나니까 환자들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아빠의 긍정적인 마인드도 본받고 싶고, 불편하신 눈으로 늘 책을 가까이하시는 아빠의 열정을 배우고 싶어요.

아빠! 아빠 예전 별명이 슈퍼맨이었잖아요. 머리 스타일도 슈퍼맨처럼 꼬불꼬불하고 얼굴도 슈퍼맨처럼 잘 생기고 우리 가족한테는 항상 슈퍼맨처럼 힘세고 멋진 아빠이자 남편이셨어요. 저한텐 영원한 슈퍼맨일 아빠! 표현 잘 못하는 무뚝뚝한 딸내미지만 제 속마음은 진짜 이 세상 무엇보다도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알아주세요. 아빠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고 멋있어요. 아빠 진짜로 정말 많이 사랑해요~♥

결혼할 때 꼭 아빠 손잡고 멋지게 걸어 들어가고 싶은 딸 하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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