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새터민들 '눈물의 설' “명절이면 북녘가족 더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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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새터민들 '눈물의 설' “명절이면 북녘가족 더 그리워”

판암동 사회복지관 찾아 독거노인 음식 대접 봉사하며 그리운 마음 달래

  • 승인 2013-02-07 16:49
  • 신문게재 2013-02-08 1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 새터민들이 7일 동구 생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을 맞아 독거노인들에게 대접할 북한의 명절음식인 '입쌀 밴새'를 만들고 있다. 
<br />사진제공=대전하나센터
▲ 새터민들이 7일 동구 생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을 맞아 독거노인들에게 대접할 북한의 명절음식인 '입쌀 밴새'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대전하나센터
설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으로 슬픔에 잠기는 이들이 있다. 새터민들이다. 가난했지만, 명절 때마다 가족과 함께해 행복했던 지난날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그렇다고, 과거와 달리 명절 때마다 슬픔에 잠겨 있지는 않는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가족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대신 전하며 그리움을 달랜다.

30여명의 새터민이 7일 오전 동구 판암동의 사회복지관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늘은 동구에 사는 새터민들이 고향을 생각하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주방과 상담실에서 새터민들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북한의 명절 음식인, '입쌀 밴새'를 만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함경도 출신의 임모(여·43)씨는 “명절날 어머니와 함께 쌀 밴새를 만들었고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먹었다”며 “그리운 시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즐거운 분위기였으나 새터민들의 표정에는 명절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가족들 생각에 수심이 가득했다. 최고령자인 유모(여·76)씨는 북녘에 남아 있는 남매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남한에서 생활한 지 7년차. 그녀는 북에 두고 온 오빠와 동생들, 그리고 조카들 생각에 감정이 복받치는 듯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명절날, 그녀는 가족들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모(여·50)씨도 마찬가지. 그녀는 2003년 북을 떠나 남한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됐다. 하지만, 북에 남은 부모님 생각을 할 때마다 아픈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김씨는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께 효도 한 번 못한다는 사실이 죄송스럽다”며 “하루빨리 통일돼 가족 모두가 함께 쌀 밴새도 빚고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희망했다.

일행 중 한 젊은 남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4개월 전 탈북한 김모(23)씨다.

김씨는 “3살 터울의 여동생이 북에 남아있다. 나 혼자 빠져나온 사실에 미안하고 가난과 추위에 떨고 있을 동생이 생각날 때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명절 때 가족이 함께 제사상을 준비하고 고향을 찾는 주위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새터민들. 이들은 올 설을 함께 지내며 실향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나눌 예정이다.

채모(여·40)씨는 “명절 때 고향집에 가족과 모여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는 것은 남북 모두가이 똑같다”며 “집마다 사발에 떡 담아 나르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같은 아픔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설 명절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새터민들은 동구 판암 1·2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200여 명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노래자랑 등 위문잔치를 열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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