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설 연휴, 친지간의 의견 차이를 넘어 '1편'에 낙점될, 영예의 영화는 무엇일까?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두 영화의 2강 구도 속에 지난 6일 개봉한 '남쪽으로 튀어'가 얼마나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30일 개봉된 '베를린'이 누적관객 300만을 눈앞에 두고 있고 지난달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 역시 개봉 12일만에 전국관객 40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휴먼코미디장르 사상 최단 흥행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팬들의 입소문이 가세되면서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은 설 연휴 극장가에서도 흥행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두 영화에 비해 개봉시기(지난 6일)가 상대적으로 늦은 '남쪽으로 튀어'가 두 영화의 '입소문' 선점효과를 넘어 얼마나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가 설 극장가의 판도를 좌우할 듯하다.
거기에 연기력으로 사랑받는 3명 배우, 하정우와 류승룡, 김윤석의 연기대결도 영화팬들에게는 쏠쏠한 재미가 되고 있다. 하정우의 '베를린', 류승룡의 '7번방의 선물', 김윤식의 '남쪽으로 튀어'. 3색 매력을 분석해본다.
▲ 남쪽으로 튀어 |
카리스마 있는 배우 김윤석이 국내 대표 여성감독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친숙한 임순례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국민 안 해”를 외치는 과거 운동권의 전설, 최해갑 가족의 도시탈출기. 최해갑은 개인의 행복을 국가보다 중시하는 '강철 같은' 소신아래 못 마땅한 것은 안하고, 할 말은 하며 살고 싶은 '못 말리는 가장'이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남들과 달라도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최해갑 가족은 행복을 찾아 남쪽 섬으로 떠난다. 그러나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섬을 뒤흔드는 뜻밖의 사건에 부딪히게 되는데….
임 감독의 여섯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일본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각색, 원작의 배경과 상황은 한국 설정에 맞춰 적절하게 변형됐다.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라면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하다.
한편 도시를 탈출한 최해갑 가족이 도착한 영화 속 섬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서해와 남해의 거의 모든 섬을 뒤져 대모도와 여서도, 청산도를 찾아냈다고 한다. 스크린에서 벌겋게 탄 김윤식의 얼굴을 보노라면, 석달간 꼼짝없이 섬 촬영을 했다는 제작진의 노고가 말 그대로 피부에 와닿는다.
▲ 7번방의 기적 |
국제적 음모와 각자의 목적에 휘말려 서로를 쫓는 이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를 표방한 영화답게 스케일이 크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 그 곳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는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뒤를 쫓던 정진수는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국제적 음모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하정우와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까지 막강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하정우는 '고스트'라 불리는 비밀요원 '표종성' 역을 맡아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한석규는 '쉬리' 이후 14년 만에 국정원 요원 '정진수' 역으로 컴백했다. 냉혈한 포커페이스 '동명수'로 등장한 류승범, 이중 스파이로 몰리는 통역관 '연정희'로 분한 전지현까지, 4명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액션 무비'의 1인자로 꼽히는 류승완 감독이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부당거래' 의 류 감독을 기억한다면 반가운 영화일듯. 다만 네티즌 평은,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칭찬과 비난이 나뉘고 있다. '배우들 연기는 갑이지만 나머지는 글쎄'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배우도 액션도 스토리도 너무 너무 좋았다'는 평도 있다.
▲ 베를린 |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허균'으로 영화팬의 눈길을 잡았던 류승룡이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바보'로 스크린을 누비고 있다.
교도소 7번방에 들어온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 용구를 위해 딸 '예승'이를 교도소에 반입하기 위한 사상초유의 합동 작전. 그 뒤로 이어지는 눈물과 감동이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들으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렇고 그런 내용일 것이라고 예단하게 되지만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기대 이상의 연기로 감동있게 풀어내고 있다. 류승룡의 바보 연기는 물론, 7번방에 함께 하는 조연들의 연기가 너나 없이 일품이다. 7번방의 방장인 오달수. 사기전과범으로 분한 박원상, 꽃미모 간통범 김정태, 정만식과 김기천까지 개성만점 충무로배우들이 환상의 연기조합을 선보인다.
'7번방' 죄수들에 웃고 딸아이 '예승이'의 연기에 울고, 웃다 울고 울다 웃느라, 티슈 한 장을 다 적시고도 마음 한구석에는 난로 하나를 들여놓은 듯, 훈훈한 온기가 느껴진다. 눈물과 감동만이 아니다. '법과 정의'의 이름 아래 억울하게 휘둘렸을 '약자'들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영화. 무지개빛 감동으로 회색빛 현실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영화, 그래서 영화관 문을 나서는 이들의 가슴 속에 '묵직한 채무감' 하나를 돌덩이처럼 얹어주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믿었던 재소자의 손에 아들을 잃은 교도소 과장 역, 정진영의 연기도 영화에 현실감과 무게를 더한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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