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에 참여할 아저씨들과 무용수들의 춤연습 현장. |
지난 2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지하무용연습실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저씨들이 모여 춤 삼매경에 빠졌다.
이 시대의 대표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자로만 살아온 이들은 오는 3월 16일 안은미 컴퍼니의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공연에 오르기 위해 연습이 한창이었다.
한발 한발, 왼쪽 오른쪽, 들고 돌리고. 익숙지 않은 동작에 숨은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리고 옷은 주르륵 흐르는 땀에 범벅이 돼도 이들의 눈빛은 신체언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그러나 전문 무용수가 아니다.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지 않은 채 묵묵히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아버지들이다.
이들은 이날 안은미 안무가의 작품설명을 듣고, 함께 춤을 추며 자신들의 숨겨진 끼를 드러냈다.
아버지들은 한발, 한발 안무가의 지시에 따라 바삐 움직였다. 춤추는 모습, 표정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그 열정만은 프로 춤꾼 못지않다.
한 아저씨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재기 발랄한 댄스로 몸을 풀기도 했으며, 몸치라는 딱지를 이제 벗어던지고자 굳은 결심하고 딸에게 간단한 춤과 노래를 배워온 이도 있었다.
황규덕(47)씨는 “그동안 혼자 하는 것만 해왔던 것 같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도 해보고 싶었다”며 “단 한 번만이라도 내 인생에 기회를 줘보자는 생각에 당당히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안은미 컴퍼니 무용수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번졌다.
안은미 안무가는 “이 공연은 춤을 잘 추고 못 추고 기준이 없다. 역사적으로 스스로를 위한 춤 바로 그 기능을 다시 회복해 드리고 싶었다”며 “이 시대의 아저씨들이 예술을 통한 커뮤니티 댄스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은미 컴퍼니가 다음 달 16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릴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몸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안은미의 '몸의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한편,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에 참여할 40세에서 60세 아저씨의 출연진도 오는 15일까지 추가 모집한다.
문의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djac.or.kr) 전화 (042-610-2043)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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