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울리는 '얌체 공부방' 참고서 등 도매상 불법 직거래 급증

학생손님 줄어 매출 뚝

공부방이 급증하는 가운데 동네서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각종 교재를 서적도매상으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공부방이 늘면서 동네서점은 “불법 거래로 인해 매출이 급락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31일 대전서점조합(조합장 박춘택)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공부방들이 교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매상'인 서점을 거치지 않고 '도매상'과 직접 거래하고 있다”며 “유통질서를 흩트리는 '불법행태'로 인해 동네서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서점조합에 따르면 공부방들은 도매상을 통해 참고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60~70%까지 책값을 할인받고 있으며 심지어 반값에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다. 1만원 짜리 참고서 3권을 구입할 경우 총액의 30%까지 1만원 정도를 할인받다보니 세 권을 사면 한권은 공짜라는 것.

이는 최대 19%까지 할인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도서정가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현행 학원법상 공부방과 서적 도매상의 직접 거래는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이나 교습소, 개인과외교습자(공부방) 등에서 수강료 외에 별도로 교재비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학원이나 공부방이 주최가 돼서 책을 단체로 구매한 뒤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도 금지돼있으며 수강생들은 개인적으로 서점에서 교재를 구입해야 한다. 학원 등에서의 교재 공동구매에 따른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관련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대전서점조합 측은 “책값할인으로 인한 이득이 교재비를 낸 수강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방 운영자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매상과 공부방의 직접 거래는 수강생들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춘택 조합장은 “인원이 100명이 넘는 기업형, 학원형 공부방까지 생겨나다보니, 학생들이 동네서점에서 참고서나 교재를 구매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며 “공부방에서 구매하는 책들만 동네서점에서 사줘도 동네서점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도매상과 공부방들의 직접거래는 '불법'이자 최소한의 상도의 마저 무시한 행태”라며 “고사위기의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관계기관에 고발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부방이 크게 늘면서 서부지역(서·유성구)에는 학원보다 공부방이 더 많다는 것이 학원가의 분석이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서부지역(서·유성구)에는 2012년 말 현재 학원 1434곳, 개인과외교습자는 1948명이 신고돼 있다.

개인과외교습자 대부분이 공부방 운영자이며 미신고 공부방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유성에만 3000 여 곳의 공부방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의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