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발사 성공이)너무 늦어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리고 싶다”는 조광래 나로호사업추진단장은 “그동안 나로호 발사를 성공하지 못했다는 질타보다 참기 어려웠던 것은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나로호에 참여한 연구진들의 사기를 겪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나로호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은 게 없다.’ ‘러시아로부터 로켓에 대한 기술은 하나도 이전받지 못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 단장은 “가슴이 아팠다.”라고 밝혔다.
연속되는 실패로 “그동안 입이 열 개라도 말을 할 수 없었다”는 조단장은 “나로호 지상시험모델(GVT)를 러시아가 한국에 인도하는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GVT를 우리나라에 인도를 주도하고 계약을 담당했던 사람은 해고됐다.”라는 말로 돈을 수천억 들이고 기술 하나 못 받아왔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단장은 이러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러시아와 계약부터 발사까지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를 책을 엮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취임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되면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대두하자 ‘이번에도 실패하면 사퇴하겠다.’라고 밝혔던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발사 전날인 29일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서 발사광경을 지켜봤다.
김원장은 “겉으로는 편안하게 있었지만, 사표를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발사 성공으로 사직서를 안 써도 돼 다행이다"라며“그동안 항우연 연구원들의 노고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모든 공을 연구원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가 우주센터 부지로 선정된 2000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나로호에 모든 것을 걸었던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타지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많이 지쳐 있었다. 남들은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다고 하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바다가 보기 싫어진다. 가족, 주말도 없던 세월이었다. 밝은 달을 볼 때마다 우울증이 생기는 것 같아 커튼도 닫고 지냈다”라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웃음으로 털어냈다.
러시아 학위를 받아, 러시아연구진과 통역을 도맡아 했던 임석희(발사체 추진기관팀)연구원은 “솔직한 심정은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다. 1차 발사할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 연구진의 꼼꼼한 점검과 각종 요구사항 때문에 화장실을 갈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입에 거품 물고 일을 했다”고 소개한 뒤 "2차, 3차 발사를 하는 동안에 많이 편해졌다. 심지어 한러 연구진 회의 때 러시아 연구진은 러시아 말로 하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말로 대답해도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없다” 며 눈빛으로도 소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로호 2단 로켓의 페어링 개발책임자였던 장영순 발사체 구조팀장은 2009년 1차 발사 당시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가자 가장 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장 팀장은 “페어링의 경우도 지상에서 실험할 때는 100%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이 비행 상황에 가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바로잡고 운용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인현 나로호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 정의승 나로호체계종합팀장은 “이제야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 든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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