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주역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경제/과학
  • IT/과학

나로호 주역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승인 2013-01-31 17:35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두 번의 실패와 두 번의 연기로 ‘죄인’ 같아 나로호와 관련 이러쿵저러쿵 속마음을 이야기 못 했던 나로호 개발의 주역들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나로호발사 성공이)너무 늦어 죄송하다는 말부터 드리고 싶다”는 조광래 나로호사업추진단장은 “그동안 나로호 발사를 성공하지 못했다는 질타보다 참기 어려웠던 것은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나로호에 참여한 연구진들의 사기를 겪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나로호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은 게 없다.’ ‘러시아로부터 로켓에 대한 기술은 하나도 이전받지 못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 단장은 “가슴이 아팠다.”라고 밝혔다.
 
연속되는 실패로 “그동안 입이 열 개라도 말을 할 수 없었다”는 조단장은 “나로호 지상시험모델(GVT)를 러시아가 한국에 인도하는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GVT를 우리나라에 인도를 주도하고 계약을 담당했던 사람은 해고됐다.”라는 말로 돈을 수천억 들이고 기술 하나 못 받아왔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단장은 이러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러시아와 계약부터 발사까지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를 책을 엮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취임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되면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대두하자 ‘이번에도 실패하면 사퇴하겠다.’라고 밝혔던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발사 전날인 29일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서 발사광경을 지켜봤다.
 
김원장은 “겉으로는 편안하게 있었지만, 사표를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발사 성공으로 사직서를 안 써도 돼 다행이다"라며“그동안 항우연 연구원들의 노고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모든 공을 연구원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가 우주센터 부지로 선정된 2000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나로호에 모든 것을 걸었던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타지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많이 지쳐 있었다. 남들은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다고 하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바다가 보기 싫어진다. 가족, 주말도 없던 세월이었다. 밝은 달을 볼 때마다 우울증이 생기는 것 같아 커튼도 닫고 지냈다”라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웃음으로 털어냈다.
 
러시아 학위를 받아, 러시아연구진과 통역을 도맡아 했던 임석희(발사체 추진기관팀)연구원은 “솔직한 심정은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다. 1차 발사할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 연구진의 꼼꼼한 점검과 각종 요구사항 때문에 화장실을 갈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입에 거품 물고 일을 했다”고 소개한 뒤 "2차, 3차 발사를 하는 동안에 많이 편해졌다. 심지어 한러 연구진 회의 때 러시아 연구진은 러시아 말로 하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말로 대답해도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없다” 며 눈빛으로도 소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로호 2단 로켓의 페어링 개발책임자였던 장영순 발사체 구조팀장은 2009년 1차 발사 당시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가자 가장 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장 팀장은 “페어링의 경우도 지상에서 실험할 때는 100%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이 비행 상황에 가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바로잡고 운용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인현 나로호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 정의승 나로호체계종합팀장은 “이제야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 든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권은남 기자 silver@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