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ㆍ충남 324명의 변호사를 대변하는 대전지방변호사회가 최근 신임 회장단을 선출했다. 2년마다 변호사들이 직접 뽑는 이번 선거에서는 문성식(52ㆍ사진) 변호사가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14년간 변호사회에서 활동해온 만큼, 단독 후보로 출마한 문 변호사에게 회원들은 만장일치로 화답했다. 본보는 수장으로 변호사회를 이끌게 된 문성식 신임 회장을 만나 솔직담백한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축하합니다.
“축하라니요. 무한한 책임감만 느껴집니다.”
-왜 그런지요?
“변호사 업계가 말이 아닙니다. 안팎으로 난리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현재 업계는 내부적으로는 변호사 수의 급격한 팽창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건수임이 급감해 사정도 좋지 않은데, 여전히 변호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외부의 불신도 부담입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됐다. 변호사 업계가 정말 어렵단다. 이미 중견변호사도 사업부진을 이유로 휴업하고, 급여를 받는 취업변호사들의 수입도 시민들이 놀랄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게 문 회장의 얘기다.
-그 정도라면 소속 변호사끼리 출혈 경쟁이 만만치않을 것 같은데요.
“출혈경쟁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요, 지금 변호사 수임은 대부분 연고사건 등 지인을 통한 수임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변호사가 많아지는데, 수요(사건)는 변동이 없으니 평균 수임건수가 줄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외국은 물론, 국내 대형 로펌들까지,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치권에서는 대책 없이 변호사만 늘려놓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알아서 대처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엄청난 수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는 한 변호사업계의 불황은 방법이 없습니다.”
-방법이 있긴 한지요?
“로스쿨을 비롯한 제도개선을 통해 변호사 배출 인원을 줄이거나, 변호사 강제주의 등 직역확대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로스쿨제도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 정치권에서도 현 사법제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분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회에서 시급히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다시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문 회장의 열변, 계속되다.
회장에 선출되는 좋은 날인데 처음부터 무거운 주제가 계속돼 화제를 바꿨다.
-변호사회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후원사업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관했지만, 2000년부터 대전지방변호사회에서 소년소녀가장 후원회를 만들었는데, 제가 그때부터 2008년까지 후원회장을 맡았습니다. 회장 전에는 2년간 제1부회장을 맡았고, 그 이전엔 섭외이사 6년, 총무이사로 6년 일했습니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자랑 한 번 해주시죠.
“우리 지역 변호사들은 사실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쉬지 않고 해왔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년 수천만원씩 지역불우청소년 후원사업을 하고 있고요, 지금도 변호사회원들은 매일 대전지방법원 1층에서 법률상담을 하는 등 시민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대전지방변호사회의 목표와 방향은 무엇인지요.
“현재 변호사회의 당면문제는 소위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대책 없이 변호사 수를 늘린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잘못한 듯 싶었다. 또다시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변호사를 많이 양산하면 수임료가 인하된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사 수를 늘린 것인데, 과연 국민에게 수혜가 돌아갔습니까. 변호사들의 평균 수임건수만 줄었을 뿐입니다. 변호사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법무사업무를 하다 보니, 그 여파로 법무사들까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 회장의 열변은 이어졌다. 단호할 정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이었는지, 확인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는 사법제도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시급히 수정해야 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연계해 로스쿨제도를 비롯한 사법제도 개선사업, 적정한 변호사 수 조정, 변호사 직역확대사업을 도모할 예정입니다.”
#복지 전문 변호사로 불리다.
풍기는 외모와 달리, 문 회장은 의외로 복지에 관심이 많다. 그것도 청소년복지 말이다. 대전ㆍ충남사회정책포럼 공동대표와 서구포럼 공동대표를 하는 등 지역에서 여러 사회활동을 해온 그였다.
-특히, 복지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계기가 있었는지요.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96년경인가 아는 목사님의 주선으로 대전시 아동학대예방센터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불우청소년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들은 성인들의 폭력과 학대에 대항할 방법이 없습니다. 나아가 어릴 때 받는 경제적, 육체적 상처는 평생 잊혀지지 않고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선거 때마다 노인공경 공약은 많은데, 왜 불우아동 관련 공약은 적은지, 표 때문이 아닌지 하는 씁쓸한 생각마저 듭니다.”
-참, 몇 년 전 계룡산 동학사 캠핑장 폐쇄와 관련해 활동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2010년초에 국립공원 측에서 캠핑장을 폐쇄해 쓰레기장으로 사용한다고 환경부 승인까지 받았더라고요. 다른 국립공원은 오히려 많은 예산을 들여 캠핑장을 넓히는데,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캠퍼들과 동학사캠핑장보존위원회를 결성해 재판도 하고 캠핑장에서 음악회도 열며 지키려고 했지요. 결국, 폐쇄결정이 취소돼 캠핑장을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겨울철에는 운영하지 않고 있어 아직도 불만입니다.”
#법관을 평가하겠다.
문 회장의 공약 중 하나는 법관 평가제 시행이다. 대전과 대구,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는 이미 시행하는 제도다.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논란이 없지 않지만, 필요하다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법관평가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소속 변호사들로 평가위원을 구성해 대전법원의 모든 판사들을 평가할 겁니다. 평가를 통해 연말 '우수법관 또는 존경할만한 법관' 3명을 선정할까 합니다.”
-임기 동안 역점을 둘 다른 사업도 있는지요.
“국제교류위원회를 설치해 국제화 추세에 대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회봉사위원회를 만들어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청소년사업을 확대할 예정이고요,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 사법제도 개선사업에 힘을 쏟을 작정입니다.
강제적으로 하는 연수제도와 공익활동을 자발적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거나 폐지하는데도 노력하고, 세종시에 입주한 세종정부청사에 우리 변호사회 소속 회원들이 각종 위원회와 자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도록 요구할 예정입니다.”
#변호사, 분명히 국민의 편이다.
주변에 변호사나 의사 한 명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문 회장 역시 지역민에게 한 말씀 부탁했더니, 이 말을 언급했다.
“우스갯소리지만, 필요합니다. 한밤중에 필요할 때 달려와 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주민들도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하면 꼭 변호사와 상의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불의의 피해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그러면서, 대민 봉사사업을 통해 국민의 편에 서 있는 변호사상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무료법률 상담과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한 불우청소년 도움사업 등 변호사의 공익활동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회 소속 회원과 판사, 검사, 법무사 등 법조인에게 한 말씀 부탁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법원, 검찰은 과중한 업무로 힘들어하고, 변호사나 법무사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등 정상적인 사법구조가 정착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정상적인 사법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담=윤희진 사회부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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