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대전시의원(민주통합당 비례대표) |
자! 이제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깨어나서 우리의 현실적 우울을 털어버릴 궁리를 하자. 저 마다의 타고난 소질이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평범한 시민들이 더 이상 루저로 전락하지 않을 우리들의 전략! 출발선이 다른 것은 잠깐 인정하자. 그러나 '최저 출발선'은 정하고 가자.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더라도 상관없는 '최저선'을 만든다면 굳이 청담동을 엿볼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루저 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필자는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그 단초를 찾고자 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전시연립내각인 처칠 행정부는 영국 국민들에게 전후 영국사회의 희망찬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구성했고 베버리지가 위원장으로 참여한 위원회에서 발행한 보고서가 '베버리지 보고서'다. 베버리지 보고서는 전후 영국의 빈곤을 없애기 위해 사회보험을 시행해야 하고 사회보험의 성공적인 작동을 위해 아동수당, 무료의료 시스템, 완전고용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가 발간되고 영국국민들은 열광했으며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처칠은 베버리지 보고서의 시행을 미루다 전쟁 후 선거에서 참패했다. 베버리지 보고서의 핵심은 영국국민이면 누구나 '국민최저생활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복지재단이 이와 비슷한 제언을 내놓았다. 대전복지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대전시민복지욕구 질적 조사' 결과에 보면 보편주의적 정책의 적극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빈곤가정, 한부모가정 등에게 지급하는 선별적 수당도 필요하지만 '아동수당'처럼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편주의 수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전복지재단이 같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전시민들은 대전시의 사회복지에 대해 '보통정도'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3년 대전시 예산 중 복지예산이 35%를 차지하는데 복지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것이다.
2013년 대전시 복지예산은 향후 추경 등을 통해 더 늘어날 것이다. 0~5세 무상보육 실시, 3~5세 누리과정의 전 계층으로 확대지원,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완화로 인한 수급대상자 확대 등으로 지방비 부담이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나는 복지예산이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늘 수 있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지금의 세수구조와 중앙정부의 무책임이 계속된다면 복지예산의 증가는 지방정부의 숨통만 조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대전의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전시민들의 삶의 특징과 관심, 이해에 부합하는 '대전시민복지기준선'을 만들자. 작년 10월 서울시는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의 5대 영역에서 서울시민복지기준을 만들었다. 서울시가 대전시에 비해 재정규모나 자립도가 더 높기 때문에 복지기준선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이 취약하기 때문에 최저기준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전의 엘리스들은 누구에게도 루저 소리를 듣지 않고 그들만의 장기로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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