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찬]계사년 다짐에 추가할 한 가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수찬]계사년 다짐에 추가할 한 가지

[중도마당]김수찬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 승인 2013-01-28 14:48
  • 신문게재 2013-01-29 20면
  • 김수찬김수찬
▲ 김수찬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 김수찬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자장면, 명절, 눈(雪). 연관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이 세 단어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스갯소리겠지만 이 세 가지가 더 이상 좋지 않으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아버지가 어쩌다 한번 사주는 자장면 맛이 최고였고 명절에는 새옷, 새신발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제는 맛있는 먹거리가 많아지기도 했거니와 늘어나는 허리둘레 관리 차원에서라도 자장면은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명절은 또 어떤가. 막히는 귀성길, 선물 준비 등 '명절 스트레스'가 괜한 말은 아니다.

눈(雪)도 예외는 아니다. 눈 내릴 때의 설렘은 연애할 때 첫눈 왔던 날 이후로는 가물가물하다. 지난 해 겨울부터 자주 내린 눈은 주말에 대전과 안양을 출퇴근하는 나에게는 반가울 수 없다. 게다가 강추위로 쌓인 눈이 녹을 새도 없이 빙판으로 변하면 이건 낭만이 아니라 낭패다. 그러고 보니 세 가지 중에 고민 없이 선뜻 좋다고 할 만한 게 없다. 아직은 젊다고만 할 수가 없어 이젠 서운한 기분이 든다. 내 서운한 감정보다 걱정인 것은 최근 몇 년간 부쩍 잦아진 한파(寒波)와 폭설(暴雪)의 원인이 잘 알려진 대로 지구 온난화라는 사실이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염, 연이은 태풍 등은 이제 이상(異象)기후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올 겨울만해도 동파로 인한 전력 및 급수 중단, 양식장 어류 폐사, 한랭질환 증가, 빈곤층 동사(凍死) 등 기후변화의 영향은 작은 불편에서부터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에 이르기까지 막대하다. 그래서 전 세계는 지구의 급작스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방출 감축 방안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공공부문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되며, 생활 속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녹색생활 실천운동은 5년차를 맞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Mitigation)정책과 더불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생태계 변화, 재난발생 증가의 위험에 지혜롭게 적응하기 위해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도 계속 보완해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앞에서 제도와 정책 도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그럼 우리 개개인은 준비가 잘 되었을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활습관을 얼마나 바꿨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고백하면, 에너지도 절약할 겸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겠다고 생각했다가도 버튼 한번이면 재깍 눈앞에 와있는 엘리베이터를 뿌리치지 못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또 추워서 가까운 외출 길도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녹색생활을 말로 했던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산업화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던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은 크든 작든 불편을 감수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르게 이룩했고 외환위기도 단기간에 극복한 저력과 성공의 경험이 있다.

모두의 지혜와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범국민적으로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 또한 드라마틱하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창 너머로 폭설 대신 길가에 눌러붙어 있던 눈얼음을 쓸어내리는 비를 보면서, 늦었지만 새해 다짐에 '녹색생활 실천'도 추가했다. 자장면, 명절, 눈이 더 이상 좋지 않은 현실적인 '어른'이기에 기후변화를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 신년 계획을 못 세우신 분들도 도보 출근, 샤워시간 줄이기 같은 지구를 위한 습관 하나쯤 계사년(癸巳年) 실천 목록에 더했으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4.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2.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