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찬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
눈(雪)도 예외는 아니다. 눈 내릴 때의 설렘은 연애할 때 첫눈 왔던 날 이후로는 가물가물하다. 지난 해 겨울부터 자주 내린 눈은 주말에 대전과 안양을 출퇴근하는 나에게는 반가울 수 없다. 게다가 강추위로 쌓인 눈이 녹을 새도 없이 빙판으로 변하면 이건 낭만이 아니라 낭패다. 그러고 보니 세 가지 중에 고민 없이 선뜻 좋다고 할 만한 게 없다. 아직은 젊다고만 할 수가 없어 이젠 서운한 기분이 든다. 내 서운한 감정보다 걱정인 것은 최근 몇 년간 부쩍 잦아진 한파(寒波)와 폭설(暴雪)의 원인이 잘 알려진 대로 지구 온난화라는 사실이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염, 연이은 태풍 등은 이제 이상(異象)기후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올 겨울만해도 동파로 인한 전력 및 급수 중단, 양식장 어류 폐사, 한랭질환 증가, 빈곤층 동사(凍死) 등 기후변화의 영향은 작은 불편에서부터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에 이르기까지 막대하다. 그래서 전 세계는 지구의 급작스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방출 감축 방안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공공부문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되며, 생활 속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녹색생활 실천운동은 5년차를 맞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Mitigation)정책과 더불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생태계 변화, 재난발생 증가의 위험에 지혜롭게 적응하기 위해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도 계속 보완해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앞에서 제도와 정책 도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그럼 우리 개개인은 준비가 잘 되었을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활습관을 얼마나 바꿨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고백하면, 에너지도 절약할 겸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겠다고 생각했다가도 버튼 한번이면 재깍 눈앞에 와있는 엘리베이터를 뿌리치지 못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또 추워서 가까운 외출 길도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녹색생활을 말로 했던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산업화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던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은 크든 작든 불편을 감수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르게 이룩했고 외환위기도 단기간에 극복한 저력과 성공의 경험이 있다.
모두의 지혜와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범국민적으로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 또한 드라마틱하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창 너머로 폭설 대신 길가에 눌러붙어 있던 눈얼음을 쓸어내리는 비를 보면서, 늦었지만 새해 다짐에 '녹색생활 실천'도 추가했다. 자장면, 명절, 눈이 더 이상 좋지 않은 현실적인 '어른'이기에 기후변화를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 신년 계획을 못 세우신 분들도 도보 출근, 샤워시간 줄이기 같은 지구를 위한 습관 하나쯤 계사년(癸巳年) 실천 목록에 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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