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예술계를 이끌 신진 예술인들이 중앙과 타지로 발길을 돌리면서 지역 문화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급속한 경제발달과 함께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문화예술 역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24일 지역 대학 예술대 취업률을 조사해본 결과 한남대의 경우 조형예술대(미대) 58%, 목원대(음대·미대) 52%, 충남대(음대·미대) 26.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대학에서 뛰어난 역량의 젊은 예술인들이 꾸준히 배출되어도 취업을 하지 못해 '배고픈 예술인'의 길을 결국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문에 상당수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가 학생 모집에 애를 먹는 것은 물론, 폐과 위기를 맞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성 작가 위주의 문화 장벽이 있는 지역에서 기존 세력을 이탈한 창조적 소수는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게 신진 예술인들의 의견이다.
한 음악인은 “문화예술 시장이 협소해 대전에서는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지만 수도권에서 활동하다 보면 무대에 설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많다”며 “젊은 음악인들은 많은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일의 빈도수를 높이는 것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지역 예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가 줄어들고, 수도권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예술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연극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대전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인들은 주로 40~50대로, 20~30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젊은 연극인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지역보다 영화, 뮤지컬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서울 대학로로 떠나고 있다.
대전 연극계는 젊은 극단 생성은 물론 젊은 연출인과 연극인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치벽 대전연극협회장은 “젊은 연극인들이 없어 10년 후에는 늙은 연극인들만 남게 될 것”이라며 “세대별 피라미드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역피라미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역의 한 원로미술인도 “문화의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전국구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 지역을 떠나는 화가가 많다”며 “앞으로 이같은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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