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국민행복시대를 열려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진도]국민행복시대를 열려면

[논단]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승인 2013-01-24 14:15
  • 신문게재 2013-01-25 20면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34개 OECD 회원국 중 32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평균 자살사망률도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충남의 한 사람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도민의 행복지수는 전국 평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자살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이스털린은 소득이 어느 수준을 초과하면 국내총생산이 증가해도 행복감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이후 한 사람당 국민소득은 증가했지만 국민의 행복이나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됐다. 한마디로 성장과 행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충남발전연구원에서는 지난해부터 장기 프로젝트로 행복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일자리ㆍ소득뿐 아니라, 주거, 교통, 가족과 공동체 관계, 문화, 주민참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우리의 연구에 대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행복타령이냐고 질타한다. 나는 이러한 질타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하루하루의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행복이란 말 자체가 사치일 뿐이다.

일자리가 없어 생계가 막연한 사람과 적은 수입에 언제 쫓겨날지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 빚더미 농사에 짓눌린 농민, 심한 스트레스에 자살을 고민하는 청소년,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독거노인들, 심지어 부모가 키우지 못해 버려지는 매년 8400명에 달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 등.

이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따뜻한 잠자리와 의복, 풍족한 음식,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우고 가르치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첫째 조건은 무엇보다 우선 모든 국민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기본적 생활권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다.

기본적인 생활권이 보장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는다.

비만을 염려할 정도로 먹거리가 넘치고 장롱 속에는 입지 않는 옷들이 쌓여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으로 힘들게 번 돈으로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내모는 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는 물질과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더 많은 돈에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는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던 티베트의 라다크 사람들이 세계화에 진입하면서 공동체가 붕괴하고 불행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사는 한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평등한 사회다.

상위 1%가 나라 전체소득의 16.6%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서 미국(17.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아마도 상위 0.1%의 점유 비중을 따진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압도적 1위일 것이다.

재벌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되면서 재벌은 무소불위의 공룡으로 성장하였다. 승자독식ㆍ재벌독식 사회에서는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은하철도의 밤'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일본의 미야자와 겐지는 “주위 사람이 불행한데 자신만이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두 번째 조건은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는 경제민주화다.

국민행복시대를 공약한 박근혜 당선인의 정권 인수 작업이 한창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행복시대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약속하였다.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박 당선인이 약속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더 큰 문제는 박 당선인이 약속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반대에 부딪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권이 보장되고 더 균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것임을 박 당선인은 다시 한번 확약해주기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