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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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렬]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자

[세설]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01-24 14:14
  • 신문게재 2013-01-25 21면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한 부자에게 “사람은 얼마만큼의 재물이 있어야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부자가 말한 절묘한 답을 들었을 때, 살며시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인간의 욕심은 만족이 없다. 멈출 줄 모르는 수레바퀴와 같다. 더 가지려 하고, 더 손에 쥐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절제(節制)의 마음이다. 더 가지고 싶고, 더 나아가고 싶지만 멈추는 것.

절제의 마음이 없으면, 인생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와 같아진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이 브레이크가 도덕과 상식의 범위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선거관리위원장을 사임한 한 법조인의 청빈한 삶이 화제다. 그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대법관을 지낸 경력의 고위 법조인이다. 또 주변에서 '가장 뛰어난 법관'이라며 인정받았던 능력 있는 사람이다.

이렇듯 화려한 경력에 비해, 그의 재산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서민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재산을 공개한 고위 법조인들 가운데 꼴찌 그룹이다. 그가 대법관의 임기를 마치고 사임했을 무렵, 그의 아내는 동네에 채소가게를 개업했다고 한다. 그는 많은 보수가 보장된 로펌에 들어가지도 않고, 변호사 사무실도 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는데, 동네에서 책방을 열어 운영하고 사람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마음에 절제심이 작용했다고 본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거나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죄를 짓는 것도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그가 과도한 물질을 좇아가지 않은 것은 멈출 수 있는 마음, 곧 절제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귀감이 되는 예도 있지만, 수준에 못 미치는 파렴치한 경우도 많다. 도덕과 상식의 수준에서 작동해야 할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것은 관례와 관습이라고 하는 유혹 때문이다. '전에도 그렇게 해 왔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뭐가 잘못이야”라는 생각이 건전한 판단을 마비시켜 버린다. 관례와 관습을 핑계 삼아 더 나아가려고 할 때에 필요한 것이 절제하는 마음이다.

전라도 순천에는 팔마비(八馬碑)가 있다. 고려 충렬왕 때 그 지역의 관리로 재직하면서 선정을 베푼 최석(崔碩)의 덕을 기린 비석이다. 최석이 그 지역 관리로 일하다가 중앙정부로 이임하게 되자, 순천 지역의 사람들은 그동안의 관례를 따라 말 7필을 준비하여 환송했다. 중앙에 도착한 최석은 이 같은 관례를 폐습이라 생각했다. 최석은 그들이 보낸 말 7필과 올라오는 도중에 낳은 새끼를 포함해 8필의 말을 순천으로 돌려보냈다. 감동한 순천사람들은 최석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하여 1308년 팔마비를 세웠다고 한다.

선진국 국민 건강의 최대의 적은 탐식(貪食)이라고 한다. 풍요로운 음식과 식탐은 비만과 건강의 악화를 가지고 오고,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한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절제할 줄 안다. 더 먹는 것이 건강에는 독(毒)이 되는 것을 알고, 멈출 줄 아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 예수님이 공생애(公生涯)를 시작하시기 전에, 세례요한이라는 사람이 사람들의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선포했다. 그는 2000년 전 사람이었지만 그가 한 말은 21세기 첨단사회를 살아가는 나의 가슴 속에 이 시대의 누구의 말보다도 더 깊이 꽂힌다.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또 그는 '세리'라고 불린 세무공무원들과 군인들에게는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마라.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고 하였다. 족한 줄 알고 절제하는 것이 우리 삶의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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