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꿈을 심어주는 대통령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희수]꿈을 심어주는 대통령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3-01-23 17:42
  • 신문게재 2013-01-24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새 대통령의 취임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인수위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보도되고 있다. 어떤 일간지에는 각종 이익단체나 사회단체, 개인 등 각계각층의 국민들로부터 새 정부에 바라는 바를 적은 편지들이 인수위 책상에 수북이 쌓여 있는 사진을 게재해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새 정부가, 새 대통령이 저 편지에 담긴 국민 제각각의 수많은 바람들을 제대로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바람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바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꿈을 심어 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왜냐하면 80평생을 살아오면서 한번도 '꿈'에 대한 끈을 놓고 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났던 때는 일제 치하로 일본사람들의 폭정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막연하나마 '독립'의 꿈을 가슴 한켠에 두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독립 후에는 곧바로 남북이 분단되고 온 사회가 사상 대립의 와중에 혼란스러웠다. 좌우익의 격렬한 투쟁 가운데서도 학생들은 새로 독립한 조국의 새로운 일꾼이 되기 위하여 각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곧이어 6ㆍ25전쟁으로 빠져들었다. 전쟁은 그 어떤 대립과 싸움보다도 큰 폐해를 안겼기 때문에 빨리 전쟁이 끝나 평화로운 조국에 살기를 기원하는 꿈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시대는 도래했지만 폐허가 된 만신창이 조국은 국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배불리 한번 먹어보는 것'을 최고의 꿈으로 가슴에 품게 되었다. 부모님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절대 빈곤의 사회에서 배를 곯는 것은 일상이었다.

1960년대 들어 새로운 지도자에 의해 국민들에게 제시되었던 꿈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였다.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의 사람들처럼 배고픈 걱정 없이 잘사는 국가를,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꿈은 모든 국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지표가 되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이억 만 리 먼 나라에 가서 광부로, 간호사로 열심히 일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베트남 전선에서 싸웠고, 열사의 중동에서 달러를 벌어들였다.

온 국민이 땀과 피눈물의 대장정을 벌였다. 오직 '잘 살아보자'는 꿈을 위해서였다. 어떤 채찍질과 억압보다도 자발적인 꿈은 가장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은 그렇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북한이 오늘날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한 것은 바로 국민들에게 자발적인 꿈을 제시하지 못하고 강제와 억압으로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다시 그 꿈을 찾는 일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꿈을 앞세워 다시한번 대장정의 길을 나서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들에게 5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해주고, 어린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해주고, 대학생들에게 반값의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일보다 몇 배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일에 있어 성공이나 실천은 그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자신의 꿈을 설파했다. “백인과 흑인이 같은 버스에 타고, 같은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회…”,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종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는, 당시로서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이러한 킹 목사의 꿈은 전 미국으로 번져나가 전체 미국인들의 꿈이 되었으며 50여 년 후에는 흑인 대통령이 나오는 꿈의 실현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지금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꿈'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꿈을 세우고 이뤄가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렸지만 꿈이 있어서 행복했고 살아갈 희망이 있었던 시절을 돌이켜보자니, 새 대통령에게 쓰고 싶은 나의 편지는 '꿈' 단 한 글자로 충분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