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유창복은 1961년 정월 합천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돼 이농하는 부모를 따라 상경, 대학 때까지 미아리에서 세탁소집 막내아들로 자랐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 광주 참사를 듣고 1980년대를 거리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낸다. 89년 결혼을 한 뒤, 십 년간 “돈을 벌자, 아니 '자본'을 벌자, 먹고 살 돈이 아니라 뭔가 도모할 수 있는 돈을 만들자”며 세탁기 장사며 항공사 광고 장사며, 창고 사업 등 업종을 묻지 않고 창업한다. 사업은 그런대로 재밌게 잘되었지만 돈은 못 챙긴다. 1996년 아들놈을 키운다고 성미산에 깃든다. 연세대 경영학과, 성공회대 NGO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사)마포FM 이사, (사)사람과마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짱가'로 불린다.
▲ 유창복 저 |
성미산 마을의 시작은 꽤나 단순했다. 맞벌이하는 부부들이 애를 맡길 마땅한 곳이 없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기 위한 공동육아센터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꽉막힌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뜻이 맞는 부모들이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어려서 흙 좀 집어 먹고 자란 경험으로 미뤄보면, 아이들은 넘쳐나는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경험해야 건강하게 자란다. 그러한 노력으로 부모들은 공동양육을 시작했고, 아이들의 반찬에서부터 교육과정까지 모든 일들을 토론하고 소통하며 결정해 나갔다.
교육과 육아의 소비공동체가 '성미산 지킴이'로 거듭나게된 이유도, 마을의 중심인 성미산이 아이들의 놀이터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탁상행정에 익숙한 정부 관리자들의 눈에는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대상으로써의 성미산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자 자연의 기쁨을 누리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100m도 안되는 야트막한 산을 지키기 위해 생태지수 낮은 사람까지도 기꺼이 몸을 던져 그 산을 지키게 한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공동육아를 시작하고 위기를 함께 겪으며 공고해진 성미산 마을 사람들에게는 국내 최초의 12년제 대안학교를 세우는 일이나, 두레생협을 운영하는 일, 그리고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를 키워가는 일이나 공동주택을 짓는 일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협동조합적 마을기업은 십시일반으로 출자를 해서 모두가 주인이자 사장이 되고, 마을 사람들을 고용하고, 마을 전체가 소비자를 공유하고 관계망을 확장해간다. 그리고 일반적인 경영학이나 경제학 이론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윤추구를 위해 기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가족과 내 이웃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 발동하는 일들은 스토리를 낳고 관계로 얽어지며 마을이라는 공동체로 확장된다.
짱가님(유창복 저자의 마을 내 별명)의 책을 읽고 있자니, 정말 신나게 놀듯이 마을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계시는 게 느껴졌다. 정말 재미지게 사는 사람들에게서 터져나오는 에너지가 생생하다. 살림살이나 세상살이처럼 함께하는 성미산 사람들의 '마을살이'가 그렇게 즐겁다면, 꿈같은 삶을 현실속에서 매일 누리는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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