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묵향이야기]계명구도(鷄鳴狗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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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묵향이야기]계명구도(鷄鳴狗盜)

닭의 울음소리와 개 흉내를 내는 도둑

  • 승인 2013-01-23 14:16
  • 신문게재 2013-01-24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전국시대 중엽,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은 왕족으로서 재상을 지낸 정곽군(靖郭君)의 40여 자녀 중 서자로 태어났으나, 정곽군은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그를 후계자로 삼았다. 이윽고 설(薛) 땅의 영주가 된 맹상군은 선정을 베푸는 한편 널리 인재를 모음으로써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수천 명에 이르는 그의 식객 중에는 문무지사(文武之士)는 물론 밤에 개가죽을 둘러쓰고 인가에 숨어들어 도둑질에 능한 자와 닭 울음소리(계명:鷄鳴)을 잘 내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이 무렵 맹상군은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으로부터 재상 취임 요청을 받았다. 그는 내키지 않았으나 나라를 위해 수락하고는 식객 중에서 엄선한 몇 사람만 데리고 진나라의 도움 함양(咸陽)에 도착하여 소양왕을 알현하고 값비싼 호백구를 예물로 바쳤다. 그러나 중신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전하, 제나라의 왕족을 재상으로 중용하심은 진나라를 위한 일이 아닌 줄로 아옵니다.”

그래서 맹상군은 재상에 오르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맹상군을 그냥 돌려보내면 원한을 품고 복수를 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소양왕은 그를 은밀히 죽여 버리기로 했다. 이를 눈치 챈 맹상군은 궁리 끝에 소양왕의 총희(寵姬)에게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주선 해 달라고 간청했다.

“내게도 진상한 것과 똑같은 호배구를 주시면 힘써 보지요.” 이 사실을 안 일행 중의 한 사람인 '구도'가 그날 밤 궁중에 잠입해서 전날 진상한 그 호백구를 감쪽같이 훔쳐내어 총희에게 주었고, 소양왕은 총희의 간청에 못 이겨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했다.

그러나 소양왕은 맹상군을 놓아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추격병을 급파해서 중간에서 죽이라고 명하였다. 한밤중에 함곡관에 닿은 맹상군 일행은 거기서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첫닭이 울 때까지 관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행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데 일행 중 '계명'이라는 사람이 인가(人家)쪽으로 사라지자 첫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동네 닭들이 함께 울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병졸들이 새벽 닭 우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관문을 열자 일행은 그 문을 나와 말(馬)에 채찍을 가하여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맹상군의 문하에는 계명구도(鷄鳴狗盜)배들은 있지만 참된 식객은 모이지 않았다. 자기의 하는 일이 바른 지 항시 성찰(省察)해야겠다.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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