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문집을 만들기도 한다. 제자들이 평소 썼던 일기나 편지, 독후감, 생활문, 동시, 삼행시 등을 모은다. 과학실험 했을 때, 가게놀이나 운동회 했을 때,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에 갔을 때 찍어 두었던 사진도 살펴본다. 문집의 표지는 무엇으로 할까, 사진과 글은 어떻게 배치해야 잘 어우러질까 고민을 거듭한다.
국내나 해외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교사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어울려 여행도 하고, 혼자 유적지 답사도 한다. 우리나라 보다 어렵게 사는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목적이 무엇이든 좋다. 교사들이 나라 안팎을 다니며 보거나 들은 것은 모두 제자들을 위한 학습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자세로 연수도 받고 대학원에 공부하러 가기도 한다. 지난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12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았으면서도 배가 고픈가 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밑천이 드러났다며, 체력이 방전되었다며, 더 늦기 전에 충전해야 한단다. 대단한 열정이다.
필자도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한국청소년연맹에서 주관하는 궁궐기행 연수를 받았다. 길헌분교 교감으로 근무할 때 동료 교사들과 2회에 걸쳐 서울에 있는 궁궐을 다녀왔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전국에서 참가한 56명의 교사들은, 추위 속에서도 제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자료를 챙기고 또 챙겼다.
연수는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었다. 궁궐의 본질과 구조, 시대별 궁궐의 변천사, 궁궐 바로 보기, 동양문화권 궁궐의 이해에 대한 전문가의 강의가 밤 9시까지 이어졌다. 차디찬 날씨였지만 경복궁을 비롯하여 종묘, 후원, 경운궁, 창경궁, 창덕궁, 수원화성, 화성행궁을 다니는 교사들의 얼굴엔 열기가 넘쳤다. 밤에는 분임별로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필자는 서울, 부산, 대구, 경기, 충북, 경남에서 온 6명의 교사와 한 팀이 되었다. 발표할 주제는 경복궁이었다. 우선 프레젠테이션 구현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복궁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배경지식이 풍부하므로 사실만을 제시할 경우 지루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퀴즈 형태를 차용하여 연수생들의 참여를 끌어내기로 했다.
분임원들은 질문거리를 찾느라 골똘했다. 광화문은 예전에도 현재의 자리에 있었을까? 경회루를 만들 때 파낸 흙은 어디에 사용했을까? 명성황후는 어디에서 시해되었을까? 일본이나 중국보다 2년 앞서서 전기를 들여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깃불을 켰던 곳은 어디일까? 자경전 담장의 굴뚝에 새겨진 십장생 조각 외에 숨어 있는 조각은 무엇일까?
분임원들이 자료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데 누군가 책상에 비닐봉지를 턱하니 놓았다. 정년이 3년 남은 충북의 연장흠 수석교사가 힘내라며 음료와 과자를 사 왔다. 밤 10시쯤 자료 제작을 마치고, 사흘간 같은 방을 사용한 교사들과 회포를 풀러 나갔다. 강사와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연수생들을 감동시켰던 대전동방고등학교 강도순 교사도 동행했다.
교사들은 백문(百文)이 불여일견(如一見)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했다. 궁궐에 새겨진 조각이나 건축물에 조상들의 기지와 숨결이 담겨진 것을 알게 되었다며, 배우고 체험한 내용을 제자들에게 선보일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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