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리처는 범죄추리소설가 리 차일드가 창조한 시리즈물의 주인공. 사회의 질서 바깥에 존재하는 '아웃 로'이자, 재즈의 선율을 찾아 떠도는 방랑자이며, 운전면허도 휴대전화도 이메일도 없는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 탐정. 거구의 몸집에 헌병 출신답게 고도로 훈련된 전투능력이 눈길을 끌지만 그를 돋보이게 하는 건 뛰어난 추리력이다. 역사와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 티끌 하나 놓치지 않는 관찰력으로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다.
키가 거의 2m에 가까운 소설 속 캐릭터에 비해 차이나도 너~무 차이나는 신체조건 때문에 톰 크루즈가 잭 리처를 한다고 했을 때 불평도 나왔다. 톰 크루즈가 그려낸 잭 리처는 꽤 만족스럽다. 영화 '잭 리처'는 잭 리처 시리즈의 9번째 작품 『원 샷』을 스크린에 옮겼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으로 유명세를 탄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장기를 십분 살려 치밀한 두뇌싸움, 서스펜스와 긴장감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잭 리처는 바의 변호를 맡은 헬렌에게 한 공간에서 다섯 명이 죽었는데 그걸 왜 우연으로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사건을 처음부터 재조합해 나가고, 가장 짜릿한 신,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실과 명제를 뒤엎어버린다.
톰 크루즈가 주인공이라 해서 '미션 임파서블'류의 날렵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심심할 수 있다. 영화 자체가 잭 리처의 매력에 집중하는 캐릭터 드라마인 만큼 두뇌 싸움에 동참하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액션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싱 등 맨몸으로 부딪치는 거친 액션은 나름 신선한 에너지로 충만하다. 독일의 노장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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