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6일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 그날 그 자리에 한 가족이 있었다. 재난의 아수라장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은 '해운대'에서도 보았다. '더 임파서블'은 재난영화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재난의 스펙터클을 눈요기로 그려낼 생각이 추호도 없다.
초반 마리아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잠깐 보여주고는 곧바로 재난을 몰아친다. 컴퓨터그래픽 대신 축구장 크기의 수조에 13만 리터의 물을 쏟아 부어 만들었다는 진짜 같은 쓰나미보다, 축구장 여덟 개 크기의 세트장을 지어 찍었다는 처참한 폐허가 더 마음을 흔든다. 바요나 감독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헨리와 두 아들은 살아있을까. 마리아는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뿔뿔이 내던져져 서로를 애타게 찾는 '단순'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마리아 역의 나오미 왓츠는 모성애와 점점 초췌해져 가는 모습으로 공포와 절망, 부상의 고통을 관객들이 체험하게 만든다. 절망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헨리 역의 이완 맥그리거 역시 고통을 진지하게 전한다. 루카스를 연기한 신예 톰 홀랜드는 발견이다. 절망과 용기를 오가며 눈을 떼기 어려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능수능란하게 관객의 감정을 영화에 이입시키는 바요나 감독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돋보이는 것은 가장 소중한 걸 잃어버린 사람들이 가장 힘든 순간에 서로에게 베푸는 '작은 선의(善意)'다. 가슴과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어 걷기도 힘든 마리아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우리라도 살아야 한다는 아들에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실종된 아내의 전화를 기다리던 남자는 헨리에게 선뜻 전화를 빌려준다. 가족을 찾을 동안 단 10분이라도 차를 대기시켜주는 작은 선의. 가슴이 먹먹하다.
바요나 감독은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더 임파서블'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임을 증명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알바레즈 벨론 가족이 겪은 실화. 감동의 수작이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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