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임파서블]되살아난 쓰나미 공포, 스크린 덮칠까…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더 임파서블]되살아난 쓰나미 공포, 스크린 덮칠까…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재현, 한 가족의 감동적 실화 그려 감독: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나오미 왓츠, 톰 홀랜드, 이완 맥그리거

  • 승인 2013-01-17 15:10
  • 신문게재 2013-01-18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헨리와 마리아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세 아들과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진 리조트에서 행복을 만끽하던 이들 가족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거대한 쓰나미가 덮쳐온다.

우르릉. 굉음이 울리고 땅이 흔들렸다. 풀장 옆에 누워 책을 읽고 있던 마리아는 바다가 거대한 몸을 일으키는 걸 보았다. 풀에선 남편 헨리와 세 아들이 놀고 있었다. 소리칠 새도 없었다. 바다는 검은 악마처럼 덮쳐왔고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나무를 붙잡고 버티던 마리아는 휩쓸려 떠내려가는 큰 아들 루카스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물속으로 뛰어든다. 필사적으로 손을 붙잡고 겨우겨우 나무에 올라 목숨을 부지한 모자(母子). 눈에 든 것은 폐허였다. 처참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폐허.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 그날 그 자리에 한 가족이 있었다. 재난의 아수라장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은 '해운대'에서도 보았다. '더 임파서블'은 재난영화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재난의 스펙터클을 눈요기로 그려낼 생각이 추호도 없다.

초반 마리아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잠깐 보여주고는 곧바로 재난을 몰아친다. 컴퓨터그래픽 대신 축구장 크기의 수조에 13만 리터의 물을 쏟아 부어 만들었다는 진짜 같은 쓰나미보다, 축구장 여덟 개 크기의 세트장을 지어 찍었다는 처참한 폐허가 더 마음을 흔든다. 바요나 감독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헨리와 두 아들은 살아있을까. 마리아는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뿔뿔이 내던져져 서로를 애타게 찾는 '단순'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마리아 역의 나오미 왓츠는 모성애와 점점 초췌해져 가는 모습으로 공포와 절망, 부상의 고통을 관객들이 체험하게 만든다. 절망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헨리 역의 이완 맥그리거 역시 고통을 진지하게 전한다. 루카스를 연기한 신예 톰 홀랜드는 발견이다. 절망과 용기를 오가며 눈을 떼기 어려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능수능란하게 관객의 감정을 영화에 이입시키는 바요나 감독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돋보이는 것은 가장 소중한 걸 잃어버린 사람들이 가장 힘든 순간에 서로에게 베푸는 '작은 선의(善意)'다. 가슴과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어 걷기도 힘든 마리아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우리라도 살아야 한다는 아들에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실종된 아내의 전화를 기다리던 남자는 헨리에게 선뜻 전화를 빌려준다. 가족을 찾을 동안 단 10분이라도 차를 대기시켜주는 작은 선의. 가슴이 먹먹하다.

바요나 감독은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더 임파서블'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임을 증명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알바레즈 벨론 가족이 겪은 실화. 감동의 수작이다.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3.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