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우리 집 앞산이 저렇게 아름다웠나.' 새삼 내가 살고 내 자식에게 물려줄 이 땅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저렇게 눈이 많이 내렸으니 차량운행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부터 제설작업을 시행한 누군가의 수고스러움 덕분에 다행히 교통소통은 원활했다. 하얗게 눈 덮인 대전현충원의 풍경도 절경이다. 그러나 대전현충원 내에서는 새벽부터 제설차량이 도로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으며, 묘역에는 안장하고자 직원들이 얼음이 된 눈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겨울은 얼은 땅을 파는 것보다 쌓인 눈을 치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직원들의 힘겨움은 배가 된다. 누군가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수고스러움 덕분임을 느낀다.
오늘도 합동안장식을 마치고 묘역으로 유족들이 이동했다. 안장식 사회를 보는 직원의 눈썹 위에도 하얀 눈이 걸려 있다. 세찬 겨울바람에 입이 얼어붙어 발음도 새나간다. 유골함이 땅속에 내려지고 유족들이 흙 한 줌을 삽에 담는데 그 흙 위에도 눈이 금방 쌓인다. 이렇게 대전현충원을 마지막 유택으로 삼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하루 10여 위에서 20여 위에 달한다.
유가족의 촉촉한 눈가와, 굳게 맞잡은 손에는 안타까움과 함께 자긍심이 느껴진다. 이제 묘역에 안장된 위수만 6만 3000여 위에 달한다. 위패로 모셔진 분들은 4만 1천여 위가 넘는다. 묘역에 잠들어 계시거나 시신을 찾지 못해 위패로 모셔진 분들은 10만 4000여 위다. 현충일이나 광복절이면 방송을 통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란 단어를 듣게 되지만 그분들이 실제로 어디에 잠들어 계신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뱀의 해인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겨우내 뱀이 껍질을 벗고 추위 속에서 성장하듯이 우리도 지난날의 미움과 불신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꿈과 희망으로 함께하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올바로 걸어가려면 지역 간, 세대 간, 이념 간, 빈부 간의 격차를 줄이고 함께 웃는 선진조국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자 우리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그 뿌리가 바로 '보훈'이다. 월드컵경기 때, 손에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거리를 달리며 새벽 3시에 깨어 대한민국을 외치던 힘. 하나 돼 불렀던 '대한민국' 속에는 나라 사랑정신과 자긍심이 숨어 있다.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고자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보훈정신이다. 강인한 보훈정신이야말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 바쳐 싸울 수 있는 단합된 힘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국가보훈처의 이념이기도 하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부터 선제보훈정책을 펼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나라 사랑교육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들의 물질적 보상에서 전 국민의 애국심 함양으로 업무를 확대한 것이다.
국가존립에 안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 핵심 가치를 강화하고 나라 사랑교육업무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국가보훈처의 위상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나라사랑정신을 함양하는 최적의 장소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새해에는 더 많은 시민이 묘비를 닦으며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계사년 새해의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 덕분이므로 1월이 가기 전에 많은 시민이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보훈정신을 함양하며 새해를 계획하기 바란다.
또한, 2013년 새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 가슴 속에 나라 사랑정신과 보훈정신이 활활 타올라 지역, 세대, 빈부의 장벽을 뛰어넘어 국민 대통합의 길이 활짝 열려서 더 강한 대한민국, 함께 웃는 대한민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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