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계사년 새해의 바람

  • 오피니언
  • 시시각각

[김호택] 계사년 새해의 바람

[중도 프리즘]김호택 연세소아과 병원장

  • 승인 2013-01-13 14:19
  • 신문게재 2013-01-14 21면
  • 김호택김호택
▲ 김호택 연세소아과 병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 병원장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연 요청이 간혹 들어오면 많이 얘기하는 주제 중 하나는 누구나 '스스로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내가 없으면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가끔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빠지면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인생을 다 알지도 못하는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너무 일찍 좌절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함을 강조해주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느끼는 일이지만 강연 시작 단계에서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뒤쪽에 앉은 3분의 1 가량의 학생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 말을 시작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례는 옛날 얘기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30억년 전에 출현했다는 것은 너무 먼 얘기라 치자. 전생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의 출현 시기가 200만년 전이라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까마득한 일이다.

그렇지만, 8만년 전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 인류의 조상이 100여 명의 식솔을 이끌고 아프리카를 떠나 전세계로 퍼졌다는 사실은 그리 오래전 얘기도 아니고 신화나 전설도 아니다.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검사해서 얻은 과학적인 데이터에서 나온 결론이다.

한 세대를 30년이라 친다면 8만년은 2500세대가 조금 넘는다. 집안 족보에 나오는 30대조(祖), 50대조 조상이 아니라 2500여 세대를 거치는 동안에 여러분의 조상 중 한 분이라도 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돌아가시거나 전쟁에 희생되거나 곰이나 호랑이에게 물렸거나 가뭄과 홍수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은 이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희박한 확률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여러분은 대단히 귀한 존재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생겨난 상황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종족보전이 가능한 생명현상이 가능하려면 DNA가 있어야 하는데, 이 DNA가 만들어지려면 원시생물일지라도 적어도 수천, 수만 개의 아미노산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해서 결합을 해야 한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생명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과학자들은 대탄생(Big birth)이라고 부른다. 원숭이만 우리 인류와 같은 조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그리고 우리가 일용하는 소, 돼지들까지도 수천만-수십억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와 한 조상의 자손이라는 의미다.

지나간 임진년은 반목과 갈등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이 갈등은 계층 간, 세대 간 패를 갈랐다. 부모 자식 간에도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치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면 지옥같은 세상이 극락으로 바뀔 것 같은 환상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다.

동물들까지도 하나의 조상을 가진 판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싸운다는 것은 형제 자매가 싸우는 것과 같다. 생물학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조상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가족처럼 우애 있게 살아야 하겠지만,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끼리도 반목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밥 먹을 일'이 걱정스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 더욱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한 식구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런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사이좋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고 그분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48%의 국민도 감싸 안는 모습의 대통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계사년 새해에는 뱀이 허물을 벗듯이 반목과 갈등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