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센텀정형외과 권육상 원장 |
얼마 전 필자의 병원으로 노인 한 분이 내원했다. 그 분은 다리에 힘이 없고 서있기 힘들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내원했는데 이미 타병원에서 허리척추의 척추관 협착증으로 허리수술을 권유받은 상태였다. 그 병원에서 시행한 허리척추 MRI에서도 과연 중등도 이상의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필자는 자세한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허리에서 오는 척추관 협착증과는 사뭇 다른 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즉, 다리 쪽의 균형감각이 소실돼 걷기 힘든 것이지 걷다가 종아리가 아파서 못가는 것이 아니었고, 양쪽 팔과 손의 근력과 조절능력도 동시에 감소돼 수저질도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즉시 목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고, 목에서 척수가 눌려서 발생한 경추 척수증이 더 심하여, 허리가 아닌 목을 먼저 수술하기를 권했으며, 수술 후 환자는 상당한 증상의 호전을 얻을 수 있었고 허리는 현재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통증 없이 잘 조절되고 있다.
이렇게 목과 허리에서 동시에 협착증이 발생하는 것을 '경-요추 복합 협착증(Tandem Stenosis)'이라 부른다. 목과 허리에서 동시에 협착증이 발생할 경우 자세한 문진과 이학적,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더 심한 곳을 먼저 수술을 하게 된다. 특히 심한 목의 증상이 간과된 채로 허리부터 수술할 경우 마취상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으며, 허리 수술 후에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물론 허리의 협착증으로 인한 마비 증세나 하지 방사통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허리가 최초 수술부위가 되겠으나, 양쪽의 증상이 대등한 경우에는 목의 수술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여러 저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취합해 보면 전체 협착증 환자의 5~25%에서 이런 복합 협착증이 발생한다고 하니, 어찌되었건 척추외과 의사로서는 환자를 맞이할 때 목이나 허리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위험할 일이다.
요즘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따뜻한 봄날에 아이들과 탠덤 자전거(andem Bicycle) 타는 날을 그려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