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과거 합리적 효율성에 기대어온 우리 사회의 현실은 내재적으로 취약한 사회적 네트워크 기반이 공동투자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구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전시의 노력이 단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사통발달의 도시인 대전의 경우 원도심 활성화가 도시 발전의 필수 요건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재삼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성패가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열쇠만으로는 해결될 수는 없음은 최근에도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적 자본의 측면에서 풀어보는 원도심의 문제는 결국 사람, 일정한 장소에 모이게 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 대전시 정책의 두 축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채우는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중심이라는 말도 결국 물리적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임을 위한 수단으로 본다면, 이른바 '시민대학'이란 개념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바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을 갖춘 시민대학의 운영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대학에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에 흡수될 수 있는 관계의 역량일 것이다.
운송물류 분야에서 흔히 사용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란 개념이 있다. 형태적으로 허브는 '자전거 바퀴의 축'을 말하고 스포크는 '바퀴살'을 말한다. 같은 개념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겠지만, 원도심 활성화와 시민대학이라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출발지인 동시에 목적지인 스포크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허브에서 스포크로 일방적으로 사람이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허브와 스포크의 상호관계를 통해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민대학 프로그램 수강생이 인근 지역의 상가나 식당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민대학이 특정건물에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자체가 시민대학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에서 제시하고 있는 연인원 50만 명 규모의 시민대학은 정책적인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자발적인 노력이 없이는 확대된 범위의 시민대학을 채울 수 있는 '관계'는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할 것이다. 사회적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참여와 소통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시민대학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문화교육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도안신도시 목원대학교 앞 대학로 조성사업을 통해 대학이 보유한 문화교육자원의 잠재력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마치 대학로가 대학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묻어날 수 있는 스포크의 역할을 하듯이 대학의 특성화된 문화교육자원이 시민대학이라는 허브와 원도심을 연결하는 스포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역 대학들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인식과 함께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있다면 원도심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날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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