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나를 채집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기장을 펼치면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된다. 백지는 수행의 장소로 적합하다. 번잡했던 하루를 모두 지우고 본디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깊은 사색 끝에 고요히 펜을 들면 백지로 돌아갔던 자기 자신이 발현된다.
인류의 위대한 유물로 불리는 로제타석, 로제타석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하는 시금석이 되었다. 상형문자를 해석할 수 있게 되자 자연히 이집트 문명의 신비가 벗겨졌다. 문자의 힘은 그렇게 위대하고 강력하다.
인생이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던가. 시간을 무작정 흘려보내는 게 안타깝다면 일기장에 자신의 삶을 부려놓을 일이다. 자신의 삶을 망각으로 돌리는 것처럼 허무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보존하려면 일기를 써야한다.
일기장을 통해 살아온 날들을 되밟다 보면 아름다운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그때의 떨림이 온몸으로 퍼진다. 그 당시엔 사소하게 지나쳤던 것이 소중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나간 날들의 자기 자신을 깊게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자각하게 된다. 이것이 삶의 재발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12년이 막바지로 몰리고 있다. 일기쓰기로 새해를 시작하는 건 어떨까?
최일걸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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