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더도 덜도말고 충청권만 같아라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덕기]더도 덜도말고 충청권만 같아라

[중도시평]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1-08 14:17
  • 신문게재 2013-01-09 20면
  • 김덕기 편집부국장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18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됐다.

필자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과거 외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뇌리를 스치곤 한다. 사업때문에 대전에 장기체류중이던 호남에서 왔다는 한 사업가와 벌였던 논쟁이 시나브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사업가는 다소 비아냥 섞인 투로 충청주민들의 투표행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자신이 충청도에 와서 몇번의 선거를 지켜보니 충청인은 지역기반 정당도 확실히 밀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 힘을 갖는 중량감있는 다선 정치인도 키우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가 볼 때는 충청주민들의 투표행태가 달갑지 않았나 보다.

그 때 필자는“수도권을 뺀 지방중에선 충청도 표심이 가장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투표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청권에선 어느 정당이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정치 초년생도 자신이 얼마 만큼 하느냐에 따라 당선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 사업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사업가에게 반문했다. “알다시피 영ㆍ호남은 특정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 보증수표 아니냐. 당신이 정치입문객이라면 특정정당 공천을 보장받지 못할 때 영호남과 충청지역 중 어느 곳의 정치환경이 선진화 됐다고 보는가?”

그 사업가가 충청민들에게 던진 지적은 지역역량을 키우라는 충고로 받아 들이고 싶다. 아직도 특정지역에선 특정정당 막대기만 꽂으면 '싹쓸이'하는 게 우리네 정치판이다. 특정 정당의 특정지역 몰표현상도 유권자의 뜻인 만큼 폄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치발전과 민주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 국가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민도를 반영한다 하지 않는 가?

지난 대선 결과를 놓고 세간에선 재미난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선 정치발전의 희망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지만 과거에 비해 지역색과 특정정당 쏠림을 탈피한 표심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부산, 울산, 경남에서 투표자의 45.5%, 46.7%, 48.3%의 지지를 획득해 아성을 지켜냈지만 제 1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30.3%, 31.1%, 27.8%의 지지를 얻어 야당의 가능성도 엿보게 됐다.

그러나 대구, 경북에선 여전히 제1야당 후보가 투표자의 15.5%, 14.5% 밖에 얻지 못해 기존 장벽의 틀을 깨지 못했다.

호남권은 새누리당이 발 붙이기엔 여전히 요원한 땅임을 입증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국민통합 깃발에 매료돼 합류했다는 민주당 출신 한광옥, 김경재씨 등 호남의 중진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 이번 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호남에서 박 후보가 두자릿 수 지지세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호남에서 박 후보는 6.2%(광주시), 7.6%(전남), 10.1%(전북)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북에서 두 자릿수 지지를 얻은 것은 한 가닥 정치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은 어땠는가. 대전은 새누리당 후보 38.1%, 민주통합당 후보 37.9%로 새누리당 박 후보가 이겼지만 박빙 승부였다. 세종시를 포함한 충남에선 새누리당 박 후보 41.0%, 민주통합당 문 후보 31.3%로 새누리당이 앞섰다. 충북은 42.0%, 32.3%로 역시 새누리당 후보가 우세했다.

충청권이 보여준 표심은 의미가 크다. 여당과 제1야당 대선 주자 모두 30%를 넘는 지지를 획득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권역에서 여당후보와 제1야당 후보가 30% 이상 지지받은 곳은 충청과 제주도 뿐이다. 특히 충청권은 대선 뿐 아니라 최근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여당과 제1야당, 지역기반 정당의 후보자를 골고루 선택해 당선 영광을 안겨준 독특한(?) 지역이다. 영ㆍ호남에선 찾기 어려운 현상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충청권 투표 행태에'배알이 없다', '그러니 핫바지 소리를 듣는다'등의 비판도 내놓는다. 하지만 필자는 선거 때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충청인의 투표 결과를 보면서 '국내 정치 발전을 이끄는 주역'이라고 칭송해 주고 싶다. 더도 덜도 말고 충청권같은 의식있는 정치수준이 전 지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