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공공행정연구원장 |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법과 제도측면에서는 많은 진전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성패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분권은 전혀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어 지방에선 현재 실질적인 자치는 사라지고 무늬만 자치를 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지방정치의 부패와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예산낭비 등으로 더욱더 지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 새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릴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에 구성된 인수위원회는 규모는 작지만 이상보다는 현실적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발탁되면서 실무형 위원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통치방향과 기조,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 등이 인수위 활동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국민들이 인수위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필자는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대통령직인수위에 다음 몇 가지 지방살리기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에서 지지부진한 지방분권정책에 대한 실용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 상설지방분권특위를 설치함과 동시에 정부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추동된 형태의 실질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인수위는 아사직전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을 파악하고 지역회생과 진정한 지방자치가 될 수 있는 재정분권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재정분권은 규모변화보다는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우선적으로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해 근본적 재정확충 및 자율성을 증대해야 한다. 지방세 강화를 위해서는 재산과세 중심의 지방세원을 소득 및 소비세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현재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복지관련 분야의 중앙과 지방의 재정분담시스템을 개선하여 지방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둘째, 인수위는 자치제도의 합리적 구축을 위한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에 관한 로드맵도 제시해야 한다. 즉 헌법의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에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권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범위를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개정하는 안을 제시하고, 현재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대표형 국회 상원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수위는 중앙정부부처의 조정과 함께 자치계층 및 자치구역 조정에 관한 내용도 로드맵에 제시해야 한다. 1413년의 8도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 자치행정체제는 탄력성부족에 따른 문제점 등이 지적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이것을 통해서 국가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소라 할 수 있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적인 규모의 행정을 이룩하여 지방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의 눈과 귀가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5년 동안 박근혜정부의 성패는 물론 국민들의 삶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50여일의 활동기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역대정부 인수위의 경험을 보면 정말 짧은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수위는 점령군의 행세, 과거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 그리고 설익은 정책의 양산 등을 통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지방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그것의 방향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박근혜당선인이 그토록 추구하던 국민대통합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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