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

다단계 판매·펀드식 투자 모집 등 난립… 계약전 토지정보 직접 확인해야

#1. A씨는 기획부동산 C사 직원인 B씨로부터 '나도 이미 샀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듣고 여주군에 있는 땅 330㎡를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 B씨는 기획부동산 C사에 속아 땅을 샀고, 지인을 권유하면 일정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C사의 제안에 A씨를 유인한 것이었다.

#2.D씨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면 매월 2~3%의 이자를 주겠다고 534명으로부터 32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후 이 가운데 60억원만 토지매입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후 임의로 투자금을 유용한 것이다.

기획부동산 사기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다단계 판매와 펀드식 투자자 모집, 도시형 기획부동산 방식까지 등장했다. 불황으로 부동산 거래가 냉각되면서 최근 기획부동산이 조직형태와 영업방식을 바꾸는가 하면 사기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는 “최근 토지를 사기로 분양해 폭리를 취하는 기획부동산이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일반인에게 접근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종 기획부동산의 유형과 이의 대처 요령을 제시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동안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싼 값에 매입한 후 이를 높은 가격에 분양해 폭리를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매계약만 체결한 상태에서 토지를 팔아 넘기거나 소유주로부터 사용 승낙이나 임대만 받은 부동산을 투자자에게 팔고 도주하는 신종 사기 수법으로 진화했다.

실제로 기획부동산 J인터내셔널은 남이섬 인근 6600여㎡의 토지를 자신의 명의로 소유주와 매매 계약한 후 투자자들에게 “7개월 뒤 분양해 이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200여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토지 매입대금을 투자받은 후 소유주와 계약을 파기하고 도주했다.

지분 등기 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의 사기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을 막기 위한 제도로 필지 분할이 어려워지자 공동지분 등기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E씨는 신문에서 용인시 소재 토지 약 10만㎡ 임야를 싼 가격에 분양한다는 광고를 보고 가분할도를 제시하는 기획부동산으로부터 향후 분할등기가 된다는 말을 믿고 2필지를 매입했으나 나중에 등기권리증 확인 결과 93명이 공동소유주로 등기돼 판매나 소유권 행사가 불가능했다.

과거 기획부동산은 임야 등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에는 2~3년에 걸쳐 도심지역의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후 개인에게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도심형 기획부동산으로 바뀌었다.

또한 기획부동산의 회사 명칭도 컨설팅, 투자개발 등의 형태가 주였으나, 최근에는 연구소, 개발공사 등의 명칭을 사용해 공공기관으로 착각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국토해양부는 토지를 사라는 권유를 받으면 계약에 앞서 해당 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알아보거나, 토지의 지번을 정확히 안 뒤 공적 장부를 열람하는 등 부동산 관련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지자체 도시계획·도로 담당 부서, 중개업소를 통해 분양업체가 제시하는 개발계획을 확인해야 하며 신생법인이거나 소재지가 자주 변경되는 경우 주의를 당부했다.

백운석 기자 b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