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행복한 나라를 꿈꾸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논단] 행복한 나라를 꿈꾸며

  • 승인 2013-01-03 15:49
  • 신문게재 2013-01-04 20면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계사년(癸巳年) 새해 아침의 해는 보이지 않았다. 흐린 하늘과 조용히 내리고 있는 함박눈이 있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의 소망을 빌 그 때는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좋은 징조일까? 함박눈은 예로부터 그해 농사의 풍요를 예감시켰다.

그래서 이번 새해의 함박눈을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주겠다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 본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함박눈이 내리는 세상은 정말 조용하고 포근하다. 도시가 하얀 눈으로 덮이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행복한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비록 한 해 소원을 비는 기회를 놓쳤지만 내리는 눈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리는 눈처럼 아름다운 삶의 행복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헤르만 헤세는 사람들은 행복해 질 의무를 타고 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누구나 사람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행복해 지고 싶다고. 그러나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 않는 것 같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말이 인생의 화두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하여 열심히 찾아다닌다.

행복이라는 때로 신기루처럼 보이는 그것을 찾아 평생을 방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긴 방황 끝에 인생의 종말에 가서 옛 선현의 말씀속의 지혜, 행복은 바로 나 자신 속에 있다는 이 말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우리들은 옛 선현의 말씀을 단지 말씀이라고 알고 있을 뿐이다. 그와 같은 깨달음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우리는 어리석고 미성숙하다.

그래서 행복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건으로서 좋은 일자리와 이에 따른 충분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옳은 말이다. 가난은 죄는 아니지만 대단히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더 많이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미국의 통계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분명하다. 즉 미국이 1946년에 국민소득이 1만1000달러였고 1991년에 2만7000달러로 상승했는데 행복지수에 있어서는 3점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1946년도에 2.4였으나 1991년에는 2.2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행복도의 측정에 있어서도 소득이 높은 사람이 행복도가 높긴 하지만 행복과 소득과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0.20 정도로서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가 간의 비교에 있어서 저소득국가에 비하여 고소득국가의 행복도가 훨씬 높긴 하였지만 국민소득 1만 달러 정도에 이르면 그 이상의 소득이 있는 국가에 있어서의 행복지수는 국민소득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이 되면 행복은 다른 여건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행복의 조건이 되는 소득에는 도달한 것 같은데 행복지수에 있어서는 조사된 36개국 중 24위의 최하위에 속한다고 하니 행복하지 않은 나라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이유라면 바로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부작용으로서의 부의 불평등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행복의 조건의 하나로서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자신의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 - 이것 역시 옳은 말이다. 사실 인간이란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행복이란 수입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에서 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행복과의 상관관계는 어떠할까? 의심할 바 없이 일자리 없는 사람은 불행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즉 신자유주의 거시경제학자들에 의하면 실업은 '자발적이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람들은 업무가 과중하게 느껴지거나 실업상태에 비하여 급료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을 떠나 실업이 주는 이득과 여가를 즐긴다는 것이다. 참 말 장난 같은 소리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이 일반 기업인들에게 펴져있는 상식이라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일반사람들에게 행복의 조건이 소득과 일자리라면 이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론 소득과 일자리를 만드는 데에 있어 개인이 주도적이어야 하는지 국가나 사회가 중심이 되어 움직여야 하는지는 예전에 논쟁이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이나 국가 그리고 사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분명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바로 서로를 위한 삶 - 헤르만 헤세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라는 시에서 사랑이라고 부른 그것 - '서로를 위하며 함께 하는 삶'이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계사년 새해에 새 대통령이 이룰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4.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5.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1.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2.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