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이프 오브 파이]망망대해 호랑이와의 동거… 먹히느냐 공존하느냐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라이프 오브 파이]망망대해 호랑이와의 동거… 먹히느냐 공존하느냐

소설 '파이이야기'스크린 속으로…227일간의 표류 위대한 희망찾기 감독: 이안 출연: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 승인 2013-01-03 13:57
  • 신문게재 2013-01-04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소년 파이와 가족은 정부의 지원이 끊긴 폰디체리의 동물원 운영을 접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배는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고 가까스로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크만이 살아남는다. 이들은 227일간 망망대해에서 표류한다.

새해가 밝았다. 오늘 뜨는 해가 어제 진 해와 다를 리 없지만 굳이 어제와 오늘, 지난해와 올 해를 구분해 놓은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라는 뜻일 것이다. 오늘은 밝은 희망만을 이야기해야 할 새해 벽두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새해 새 아침에 어울리는 영화다. 희망을 말한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와 가족은 정부 지원금이 끊기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배는 폭풍우에 침몰하고 구명보트에는 파이와 하이에나, 오랑우탄, 다리를 다친 얼룩말만이 살아남는다. 굶주린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보트에 숨어있던 호랑이 리차드 파커가 나타난다. 결국 보트에는 파이와 호랑이만이 남는다.

영화는 파이가 호랑이 파커와 구명보트에서 보낸 227일간의 기록이다. 소년과 호랑이가 동행하는 단순 구조지만 원작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는 만만한 텍스트가 아니다. 삶과 죽음, 공존의 방법, 대자연의 경이로움, 신과 종교, 속죄와 구원 등 다양한 코드가 담겨 있다. 이안 감독은 이런 코드들을 더할 나위없는 연출력과 3D의 기술력을 빌려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이안 감독은 망망대해처럼 깊고 추상적인 원작의 의미를 촘촘한 그물마냥 건져 올린다. 따라서 '라이프 오브 파이'는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감동이 달라진다. 파이가 보여주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는 희망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절망 속에서도 파이가 끝끝내 놓지 않는 믿음은 '신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소년이 호랑이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랑이를 굶겨서도 안 된다. 굶주린 호랑이는 소년을 먹어치울 것이다. 생존 거리를 두고 호랑이를 어르고 달래는 소년의 모습에서 악몽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변화무쌍한 바다와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 공중으로 솟구치는 대형 고래,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해파리떼,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날치떼, 신비스러운 식인섬과 미어캣 무리 등 이안 감독이 그려낸 자연은 황홀경이다.

구조된 파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동물과 사람을 바꿔놓고 들려주자 그제야 사람들은 믿는다. 파이는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 묻는다. 그리고는 “신을 믿는 것도 그와 같다”고 말한다. 신과 종교에 대한 성찰이 묵직하다.

3000명 중에서 선택된 수라즈 샤르마의 연기도 좋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야위어가고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걸맞게 표현해낸 눈빛 연기는 딱 파이다. 으르렁거리고 스크린을 할퀴어대는 호랑이 파커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렸다. 털 한 올 한 올이 손에 잡힐 듯 정교하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영화다. 소년의 의지에 감동하든, 영상미에 취하든, 신과 종교에 대한 성찰을 떠올리든, 여럿 또는 모두를 함께 느끼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이렇게 들려준다. “당신은 어느 이야기를 믿고 싶은가. 그 믿음이 바로, 당신이 보는 세계다.”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4.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