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피해자와 조사관의 관계는 어떤가? 첫째, 조사자가 가지는 권력의 원천은 대부분 조사관이라는 '위치'에 있게 됨으로써 생겨나고, 또 조사관은 자신에 관한 공개를 하지 않는 반면 피해자는 사적인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 둘째, 조사관이 무심결에 나타낸 일상적인 배려가 조사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는 반면, 사소한 실수는 전면적인 파국이나 불만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즉 조사관이 '갑'이고 피해자는 '을'이다.
범죄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에게 주는 고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사회에도 불안과 불신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다. 우원춘 성폭력사건과 조희팔 사기사건을 보라. 범죄피해자를 위한 제도 및 과제는 많다.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한 범죄진압, 피해회복 지원, 지속적인 범죄피해자의 보호, 피해자에 대한 정보의 제공, 도움 받을 수 있는 유관기관의 연계가 있다. 거시적으로는, 피해자를 대하는 인식과 자세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피해자 보호에 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중에 필수적인 것이 공감적 조사기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범죄의 경우 성폭력 통념에 대한 수사관의 인식 개선 교육이라든지 성폭력 수사 전담조사관에 대한 성 인지적 관점에서의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상담기법의 적용을 통한 피해자 조사가 고객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하는 절차의 확립은 피해자보호대책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더불어 공감적 조사 환경을 정립하려면 교육현장에서 조사관과 피해자 역할연기(role play), 범죄피해의 경험이 있는 조사관들의 피해자 심정 공유, 성공적 진술녹화 사례의 보급 등 커리큘럼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로저스에 의하면 공감적 듣기는 '편견 없이 상대방의 개인적인 인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그 사람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 공감적 화법의 의사소통 전개과정은 일반적으로 공감적 수용, 공감적 이해, 공감적 반응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과연 공감은 태도인가 의사소통인가? 만일 이를 '의사소통'으로 본다면 훈련을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고, 이를 피해자 진술청취영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비언어적 행동의 의사소통상 중요한 기능, 특히 정서 표현과 상대에 대한 태도 전달, 말로 전달되는 내용의 보조 및 지지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공감과 같은 상담기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조사관들이 자신이 현재 부담하고 있는 처리사건들의 양적 중압감에 눌려, 적극적 경청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설사 공감이나 수용의 중요성과 기법을 안다 해도 실천이 쉽지 않다. 상담처럼 몇 회기를 통해 차차 내담자의 내면의 세계를 찾아 진솔하게 내담자의 호소 문제를 다루고 상호작용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과정적 틈이 없다. 공감하는 의사소통적 훈련프로그램이 없어서 연습할 기회가 적다. 그리고 실체적 진실발견에 치중하게 되면 급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정서적 지지 등은 순위와 관심에서 밀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인범죄건 재산범죄건 피해자나 고소인과 같은 민원인을 상대로 한 공감적 조사기법의 활용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결코 뒷전으로 밀릴 수 없다. 이에 대한 보완책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피해자의 유형에 따라 상담기법의 적용이 가져오는 효과가 차이가 있는지 연구하고 보다 피해자 지지적인 수사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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