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영]얘들아, 시 한편 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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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영]얘들아, 시 한편 외우자

[교육단상]김효영 논산 광석초 교감

  • 승인 2013-01-01 13:37
  • 신문게재 2013-01-02 20면
  • 김효영 논산 광석초 교감김효영 논산 광석초 교감
▲ 김효영 논산 광석초 교감
▲ 김효영 논산 광석초 교감
흰 눈이 축복처럼 내린 날이다. 빛돌의 들판은 하얀 눈에 소복이 덮여 있고, 교정의 소나무 가지에도 풍성한 눈꽃이 피어 마치 눈꽃 축제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아침부터 광석의 체육관에서는 '다정다감 시외우기 대회'가 열리고 있어 아이들의 열기와 흥분감이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흐르고 있다. 전교생 83명, 반짝이는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모두 단상에 올라선 친구의 시 낭송에 집중해있다.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며 시간을 지체하는 듯하더니 이내 자신 있는 목소리로 시를 낭송한다.

“쪽쪽 햇살을 빨아 먹고, 쪽쪽 노을을 빨아 먹고, 통통 말랑말랑 잘 익은 홍시 톡 건드리면 좌르르 햇살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모두 웃는다. 웃지만, 시가 가진 감동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모습이다.

처음 시 외우기 대회를 한다고 할 때, 아이들이 부끄러워하고 걱정스러워했다.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즐기는 마음보다는 시를 외우고 친구들 앞에서 암송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열심히 외우고 암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전문직의 짧지 않은 시간을 뒤로 접고 학교로 나올 때는 내심 걱정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기우였음을 곧 깨달았다. 아이들의 사랑과 환한 웃음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내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출근해 교무실에 있는데 5학년 학생들이 “교감선생님! 병아리 태어났어요. 한번 보세요!”하고 달려왔다. 아이들의 손바닥에는 노란 솜털이 보송보송 난 병아리 한 마리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부화기를 사 주신 후에 늘 그곳을 기웃거리며 아이들은 병아리가 태어날 날만 기다렸던 것이다.

“아니 진짜 병아리가 태어났네? 와 신기하다. 잘 키워봐.”

“네.”

아이들이 함박웃음과 함께 달려가는 모습 뒤로 소리 없는 행복이 내려와 날개를 접고 마음에 앉는 것만 같다.

맹자가 말하기를 군자에게 있어 삼락은, '父母俱存 兄弟無故(부모구존 형제무고), 仰愧於天 俯不作於人 (앙부괴어천 부불작어인), 得天下英才 而敎育之(득천하영재 이교육지)'라고 했다. 군자는커녕 범인에도 미치지 못한 부족함이 많은 내가 세 번째 군자의 삼락 중 하나인 교육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 얼마나 과분한 일이지 생각해본다.

교육자로서 소신이 있다면 마음의 결이 아름답게 다듬어진 다정다감한 아이들로 자라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다정다감이란 정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것을 말하는데, 한 편의 시를 외우고, 병아리의 탄생을 축하하며, 빛돌의 넓은 들과 시원한 바람을 가슴에 품고, 그 시의 여운을 간직하고, 병아리의 첫 걸음을 기억하다면 아이들은 바른 인성을 가지고 자라지 않을까.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교육해야 할 부분은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인성교육은 아이들 개인의 가치관 정립과 공동체 의식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바른 인성교육은 아이들이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계발해 독립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아이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바람직한 품성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정다감 시외우기'와 같은 인성 프로그램이 발굴되고 실천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도 생각이 든다. 교육 현장에 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사업들이 발굴되고 실천된다면 아이들이 사는 학교도 더욱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음 다정다감 시외우기 대회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바타 도요의 '괜찮아'라는 시를 암송해 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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