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보수와 진보, 세대간 대결구도로 치러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보수와 진보는 양진영으로 나뉘어 당대당 합당과 후보 사퇴 등으로 '하나의 깃발'아래 결집했다. 그럴 수록 유권자들은 둘로 갈리기 시작했고, 일부 부동층은 초접전의 선거를 뒤집을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다. 결과적으로는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의 파워에 이번 선거는 결정됐다. 젊은층의 투표율도 아니고 중간층인 40대의 선택도, 90%에 육박하는 전무후무할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50대의 강고한 결집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50대는 누구인가. 10년전 40대로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산업화 마지막 세대인 이들은 앞으로도 가장 많은 인구비율과 정치적 관심으로 대한민국의 중요한 선택을 좌지우지 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선거 이후 민주당의 많은 사람들이, 나아가서는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이들이 선거 직후 '멘붕'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여러 곳에서 원인을 진단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또 다른 후보였던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 때문에 졌다는 말도 있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한 마디에 보수의 결집이 더욱 공고화 됐다는 얘기다. '친노'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진단도 있다. 이건 그야말로 진짜 '남의 탓'이고 '조상 탓'이다. 여기에 북한 로켓발사도 문제가 됐고, 심지어는 문재인 후보의 뜨뜻 미지근함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한다. '신사'같고 '옆집 아저씨'같은 이미지는 선거 패배 후 약점이었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안철수의 행보에도 문제를 삼는다. 너무 늦었고, 유령같은 이미지, 과연 그가 민주당을 도와주었나 하는 분석도 있다. 모두가 패배에서 찾아온, 정말 멘붕 상태에서나 나올 법한 감정적인 분석이다.
거꾸로 보면 TV토론 당시 이정희 후보의 발언에 “시원하다”고 평가했던 사람들도 많다. 패배의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사람들은 '겸손의 미덕'을 절실히 깨닫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다던 문 후보의 이력은 국정 운영능력보다, 노 전 대통령의 '실정'에 묻혀 버렸다. 싸우지 않겠다던 '신사' 문 후보의 이미지는 더 이상 한 나라를 이끌어갈 리더십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상대후보인 박근혜 당선인이 자신의 단점일수도 있었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며 내세운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에 진 격이다. 상대진영이 감성정치에 매달린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이 감성적인 면에 빠진 면이 있다. 문 후보가 정권교체를 내세웠지만, 여기에 박 당선인측은 '시대교체'를 내세웠다. 구호로만 본다면, 박 당선인이 부동층의 마음에 한발 더 앞서간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해하기 쉽지않은 '북풍'은 로켓과 미사일을 구분짓는 것 만큼이나 일반인에게는 판단하기 어렵다. 로켓이라고 하면 마치 종북세력으로 치부될 것 같은 아직은 설익은 환경탓이라 해 두자.
조심스러웠다지만, 민주당 안에서는 승리를 일찍 단정한 측면도 있다. 사실, 선거직전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조금 앞서는 결과들이 나왔던 것으로 선거 이후에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새누리당에게는 선거일까지도 초긴장감을 주며, 당원들을 독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선거일 그런 모습을 듣거나 보지 못했다.
선거가 패배로 끝나서인지, 사람들은 조금씩 말한다. 문 후보의 공약이 나쁘지는 않지만, 실현성에 의문을 품는 일반인들도 상당수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민주당은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잘못된 점은 고치면 된다. 그걸 얼마나 빨리, 진정성을 가지고 깨닫는가에 있다. 남의 탓이나 조상탓 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 논어에 나온다는 재사가의(再斯可矣)나 물탄개과(勿憚改過)는 이런때 한번 되새겨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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