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음악교수 안느(에마뉘엘 리바)와 남편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낭). 80대에 접어든 부부는 나이에 걸맞은 느리면서 우아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안느에게 마비 증세가 나타나고 치매가 이어지면서 부부의 삶은 흔들린다.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그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화제 수상작은 지루하다는 편견은 이 영화에서는 정확하다. 영화는 대부분 아파트 안에서 진행된다. 조르주의 시선으로 안느를 포착하는 카메라는 조르주의 헌신을 보여주지만 대개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 “당신 참 예뻐”하는 남편의 칭찬, “당신 참 귀여워”하는 아내의 짧은 대사도 점점 줄어든다. 죽음을 지긋이 바라보는, 어떤 수식도 없는 관조의 시선은 주름진 얼굴에서 깊은 사랑과, 상실과 고독을 길어 올린다.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채근하는 딸(이사벨 위페르)에게 “너만큼 나도 엄마를 사랑한단다” 말하는 조르주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고통스럽다. 회한과 분노가 일고, 어쩌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감이 원망스럽다. 그리고 라스트 10분. 아내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조르주의 충격적인 선택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인장이다. 어쩔 수 없음도 사랑이 아니겠냐고 묻는 듯하다.
고전 '남과 여'의 주인공 장 루이 트랭티낭과 '히로시마 내 사랑'의 히로인 에마뉘엘 리바는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가슴 뭉클해지는 연기로 깊이를 더 한다. '타임'지는 “사랑에 대한 영화 중 가장 오래 기억될 걸작”이란 평과 함께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고, '유러피언 필름 어워즈'에서도 작품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대전아트시네마 상영 중.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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