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이 줄줄 새는 곳은 금산군뿐이 아니다. 감사원이 기초수급자 중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 부당 지급 여부를 점검한 결과, 대전 14명, 충남 61명, 충북 37명이 부당 수령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누수 현상은 복지도우미 선정, 장기요양급여, 장애인 철도운임 할인 등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수급자 간의 전달체계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췄는데도 기초수급을 받는 얌체족은 당연히 가려내야 한다. 반면 자녀에게 재산이나 소득이 있더라도 수급자를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어찌할 것인가. 복지예산 누수를 막기 위해 부정 부당 수급자를 가려내는 일 못지않게 제도 결함으로 인한 비극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달 전남 고흥에서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불이 나 할머니와 외손자가 숨진 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음에도 딸이 3명이라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지난 8월에는 사위의 소득 때문에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할머니가 거제시청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깝게 했다.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지역에도 적잖을 것이다.
자식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못 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1촌 혈족과 그 배우자'에서 배우자를 빼고 '혈족 1촌'으로 하는 방안 등이다. 또 내년부터는 재산이 사는 집으로 한정된 경우엔 소득환산율을 완화했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손을 대는 김에 전달체계도 꼭 손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급 자격 심사를 철저하게 현장 위주로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치단체 사회복지사 등이 현장에 나가 사는 형편부터 살피라는 뜻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지금 같은 전달체계 아래서는 복지예산을 늘려봤자 제대로 쓰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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