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기판위 전자 소자들을 매우 얇은 박막 형태로 분리한 뒤 롤 스탬프를 이용해 연속 전사하는 개념도. |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 나노역학연구실 김재현 박사팀은 실리콘 기판의 딱딱한 반도체 소자를 유연성이 뛰어난 폴리머 기판 위에 전사(轉寫)해 고성능의 유연 전자소자를 양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된 유연 전자소자는 폴리머 기판 위에 복잡한 전자소재 패턴을 직접 새기는 방식으로 제작, 전하의 이동 속도가 낮고 e-book 등 정지된 화면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단점을 지녔다. 또 패터닝 규모가 마이크로미터(㎛, 1000분의 1㎜) 수준으로 너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재현 박사팀은 무기물 기반 전자 소자들을 매우 얇은 박막 형태로 분리, 폴리머 기판 등의 유연 재료 위에 대면적으로 연속 전사해 유연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롤 스탬프와 박막-롤러 사이의 하중 제어 기술을 이용, 무기물 반도체 소자를 빠른 속도로 대면적 유연기판에 전사함으로써, 유연 전자소자를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기존 유기물 소자보다 10배~100배 이상 빠른 무기물 반도체 소자를 이용, 동영상 구동 및 고속 데이터 처리 등 고성능 구현이 가능하다.
또 연필 두께에 감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한 고성능 유연 디스플레이나 접거나 감을 수 있으면서도 효율이 20% 이상인 고효율 유연 태양전지, 인체에 부착 가능한 고성능 유연 컴퓨터 등 차세대 유연 전자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에 필수적인 공정과 장비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여 고성능 유연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연구 책임자인 김재현 박사는 “현재 고성능 유연 전자 시장은 실리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이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2021년 44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에 견줄 수 있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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