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관용의 정신과 동반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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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우]관용의 정신과 동반자 관계

[시사 에세이]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2-12-24 15:44
  • 신문게재 2012-12-25 20면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박근혜 당선인이 첫 기자회견에서 상생과 탕평의 정치를 말했다. 오래된인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끊고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국민 앞에 밝힌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그 어느 때보다 보수와 진보 진영간에 팽팽한 접전을 보였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와 지지자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여하히 위로하고 끌어안을 것인지 주목된다.

국민통합에 대해서 박 당선인은 물론이고 전문가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다 같은 생각이다. 이와 같은 국민적 여망을 이루자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관용(寬容)의 정신이다. 관용 또는 톨레랑스(tolerance)는 자기와 다른 존재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는 것이다. 정치ㆍ종교ㆍ학문ㆍ사상 등에 있어서 의견이 다를 경우 서로 논쟁은 하더라도 폭력 등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바로 관용의 정신이라는 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 반도의 조그만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가 어떻게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과 같이 편협한 나라가 세계사의 중심에 설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가 오랜 연구 끝에 찾아낸 결론은 로마는 관용의 정신과 개방적인 태도가 탁월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내포한 로마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함으로써 거대한 제국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관용의 정신은 입장이 다른 양측이 대립하고 있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의견이 다를 경우 자기주장을 고집하게 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거나 불신하게 된다. 상호불신이 지속되면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면 어떤 조직도 와해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와 타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 즉,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관용과 개방적 태도를 기찻길의 논리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기찻길은 좌우 선로가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두 선로는 기차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서로 합일하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같이 가게 되어 있다. 기차가 목적지에 무사하게 도착하려면, 좌우 선로가 서로 간섭하거나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기차도 한쪽 선로만 가지고는 달릴 수 없다. 양쪽 선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그렇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단란한 가정이 될 수 있다. 남편이 아내인 것처럼 또는 아내가 남편인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각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국가나 사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어야 된다. 문제의 핵심은 진보든 보수든 어떻게 하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서 충돌하지 않고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의견이 다른 상대는 경쟁과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경쟁하면서 보완하고 상생하는 협력의 대상이다. 기찻길은 양측 선로가 만나지 않는 평행선의 연속인 것 같지만, 어긋나지 않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이 간다는 점에서는 동반자 관계인 것이다. 철도 침목이 양측 선로의 필연적인 동반자 관계를 매개하는 것처럼, 남편과 아내 또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도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손을 잡아주는 침목과 같은 역할이 있어야 동반자 관계가 유지되고 상생할 수 있다.

생각이 같으면 동지, 다르면 적이라는 단조로운 이분법을 지양하고, 서로 다른 만큼 사회적 다양성이 보장된다고 보는 것이 좋다. 언젠가 경쟁했고 지금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에 대해 나를 방해하는 적이 아니라 내 삶을 풍부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동지이자 동반자라고 생각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관용의 정신이다.

대선은 끝났고 이제는 모두의 염원인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의 활발한 비전을 열 수 있는 동반자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피차간에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때가 됐고, 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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